엄마가 미워졌다

꽃 같던 엄마가 밉다

by Aeon Park

부부상담을 최종목적으로 하고

아내인 나부터 혼자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한 지 몇 주가 지나자

숨어 있던 다른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엄마가 미워진 것이다.


결국 부부상담은 남편의 계속된 거절로 성사되지 못했고

아내인 나부터 각종 심리검사를 받자는 말에 (검사비는 추가 결제를 한다)

나의 기질은 어떻다 저떻다 라는 결과를 상담사에게 듣게 되었다.


40대인 지금의 나를 만든

어린 시절과 10대 20대 30대를

상담사는 깊숙하게 파고 들었다.


그걸 이해해야 지금의 나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자 나의 기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를 키운

친정엄마가 드러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기질이란 뭘까? (3세 아이 잘 키우는 육아의 기본, 2013. 11. 29., 오정림, 이경선)


기질이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말한다. 그리고 타고난 기질에 태어난 이후의 환경이 더해지면 성격이 형성된다. 태어난 이후의 환경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부모의 양육태도이기 때문에 아이가 타고난 기질을 부모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육아의 길이 보인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바꾸려 하지 말고 아이의 기질에 맞춰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알아두자.




상담사는 MBTI를 믿지 말라고 했다.

나도 철석같이 믿지는 않지만 어릴 때 정식 MBTI 검사를 받았을 때에도, 요즘 들어 재미로 보는 검사에서도 결과가 같았다. ENFP.


내가 외향적이고

상상력이 가득하고

감성적이고

잘 흥분하고

싫증을 잘 내고

사람들을 알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내향적인 엄마는 내가 외향적일 때마다

여자애가! 하면서 나를 눌렀고

내가 상상력을 통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으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며 혼을 내었다.


그리고 늘 맛있는 먹을거리를 주는 데에만

온 힘을 쏟았다.


내가 가장 지긋지긋하다고 느끼는 음식이 바로 LA갈비이다.

엄마는 매일 매일 갈비를 구워서

도시락 반찬으로, 집 반찬으로 내놓았다.

지금도 내가 이 말을 하면

나는 부정적으로 하는 건데

엄마가 나의 정서를 하나도 돌보지 않고

밥만 들입다 해댔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데

엄마는 이걸 긍정적으로 듣는다.

아주 대단한 자랑거리인냥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우리 큰 애가 제일 지겨운 음식이 글쎄 갈비래요. 참나.

매일 뼈빠지게 해먹였더니만 아주 그냥 배가 불렀어 호호호



- 어머니가 참 똑똑하지 못하시네요.


상담사가 한 말은 다른 낱말이었지만 여기에 적지는 않겠다.

(내가 온힘을 다해 선택한 남편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남의 말을 듣기 싫은 것처럼, 반대하는 결혼은 하는 게 아니라는 남의 말이 듣기 싫은 것처럼, 내가 선택한 상담사가 좋은 상담사가 아니라는 말도 듣기 싫기 때문이다.)


그때는 다 그랬다는 게 엄마의 변명이다.


그때 누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 영어책을 읽어주냐

그냥 나처럼 좋은 고기 사다가 키위에 재워서 먹이면 그게 다인 줄 알고 살던 때이다.


그런데 난 전쟁 통에 태어난 게 아니다.

살다보니 엄마 무릎 위에서 영어 동요 들으며 자랐다는 친구들도 그렇게나 많던데 말이다.

엄마 무릎에 앉혀주지 않아서 엄마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영어 동요를 들려주지 않아서 미워하는 게 아니다.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미워하는 거다.


결과적으로는 상담을 시작하고나서 엄마가 미워져버렸다.

모르고 살고 있었는데

상담사와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니

그 어린 엄마와 함께 살았던 시간을 다시 곱씹어보니

나도 엄마라서 화가 나고

나도 엄마라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나도 내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요즘 말로 '쫌쫌따리' 할 뿐이다.

나중에 아이가 나에게

'왜 그때 나를 목말 태워서 프랑스 동요를 불러주지 않았어!?' 라고 따진다면?


그때 엄마는 힘이 없어서 반찬 뚜껑도 못 따는데 어떻게 목말을 태우겠어, 라고 변명해봤자


'내 친구 엄마들은 다 그렇게 했다던데?!'

라고 말할 지도 모를 일이니까.



*쫌쫌따리 : 매우 작고 하찮은 것을 뜻하는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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