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사실혼?재혼?을 했던 것도 동생의 영향이 컸다.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엄마가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
엄마는 그 아이가 어른 남자가 없이 자라서 엇나가는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래도록 알고 지내던 아빠의 고향친구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였다.
다른 집처럼 금전적이거나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집에 남자가 있으면 아이가 바른 길을 걸을 거라고 착각을 한 것이다.
그게 착각이었음은 엄마가 아저씨에게 맞아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고서야 알았다.
엄마는 이 사실을 끔찍하게 숨기는 경향이 있는데
엄마 잘못이 아닌데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가 피해자인데,
자기가 맞아서 다시 살림을 나눈 건데도
우리가 쓰던 숟가락 하나 그 집에서 가지고 나오지 않은 엄마는
그게 자기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고소해야 하지 않나? 깡패를 시켜서라도 똑같이 두들겨 패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엄마는 그냥 빨리 없었던 일처럼 만들어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아무런 보상 없이.
시간이 흘러 난 대학생이 되고 졸업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았다.
그 덕에 출판사에서 출간제의가 들어왔고
그렇게 몇 년 전에 에세이를 하나 낸 적이 있다.
책은 한국에서 출간되었지만
작가인 내 몸이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엄마에게는 책이 나오고 나서야 사실을 알렸다.
엄마, 나 책 냈어. 내 일상이랑 순우리말을 섞어서 쓴 건데 말이야,
그런데 엄마의 첫 번째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축하해! 도 아니고
자랑스러워! 도 아니고
너, 책에 그 얘기 썼어 안 썼어!?
그 얘기란, 아저씨와 함께 살았던 길지 않았던 그 때를 지칭한다.
그 책은 놀랍게도 온통 엄마를 찬양하는 이야기였지만
엄마가 그랬다는 이야기는 적혀 있지 않다.
이게 몇 년 만에 상담을 다니면서 뒤집힌 거다.
지금 당장 엄마를 미워하는 이야기로 공개적으로 해봐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리상담사가 내 깊은 속에서 꺼낸 상자를 열어보니
내가 사실은 엄마를 미워한다는 감정이 드러났는데
내 책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책은 남편에 대해서도 찬양과 사랑 말고는 한 게 없으니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오히려 지금의 나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그때 그 책을 다시 꺼내 읽어봤다는 지인들도 있었는데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나다.
착하고 말 잘 듣는 딸도
못 되었고 말 안 듣는 딸도
나인 걸 엄마가 아셔야 할 것 같다.
너는 나중에 나 죽으면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그러니?
아주 땅을 치고 후회를 할 거다 아마
라고 말하는 엄마의 착각은
내가 아빠를 잃고 살아가는 엄마를
영원히 사랑하는
복종적이고 순종적인 여자 아이로 남을 거라는 거.
바보 같은 짓을 너무 많이 해서
일일이 언급하려면 무박 삼일을 해도 모자란 남동생과 달리
나는 사고를 치지 않을 거라는 거.
자기 엄마가 맞아서 그렇게 된 거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살림을 나누고 나서도 아저씨를 찾아가서
용돈을 달라고 말할 수 있는 남동생과 달리
나라면 바보 같은 짓은 아무 것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
모두 착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