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을 종료했다

상담사 마음이 아닌 내맘대로

by Aeon Park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고 한동안 신경정신과를 다녔던 친구는 그 과정이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난 신경정신과가 아니라 심리상담소였는데 그 둘은 다른 성질의 것이다.

요즘엔 신경정신과도 가 보아야 하나 싶다.




심리상담에는 '종료'라는 것이 있는 모양인데, 나는혼자 아이를 키우는 바쁜 일정을 탓하며 상담을 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어 결국 내맘대로 발길을 끊었기 때문에 이것이 성공적이었다, 그렇지 않다, 라고 단언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다만 여러 기질 검사를 통해 내가 자칫 잘못하다간 위험군으로 빠질 수 있는 경계에 서 있다는 것과

내 말만 듣고 판단해본 남편의 상태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 심리상담사가 옆에 붙어서 진행을 해도 어려운 분 같아 보이는데 일반인인 내가 그분의 옆에서 무얼 할 수 있겠느냐는 것,

그리고 내가 남편을 아주 많이 배려하고 아낀다는 점은 공고히 했다.


대부분은 남편을 욕하고 미워하려고 상담소를 찾는데

나는 남편 이야기를 하면서 자꾸 울었다.

안됐다, 불쌍하다, 이해한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행복하면 좋겠다 따위의 말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내가 남편이 시키는대로만 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결혼을 반대해서 한부모였음에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 남편의 어머니.

시민권자인 남편은 그렇게 한국에서, 친구도 어머니도 없이

혼자 결혼을 했다.


신혼여행을 가려고 공항에 도착하자

갑자기 남편의 신용카드가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카드를 끊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어머니가 카드를 끊었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이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면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했었다. 공항에서.


남편은 공항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분에게 전화를 했고

그분은 이렇게 답했다.


어머니가 카드를 잃어버리셔서

어머니 앞으로 되어있는 카드를 다 정지시켰는데

그것도 그렇게 되었나보네.


가서 둘이 쓰고 오라고 미국달러를 현금으로 찾아 건네 준 우리 엄마에게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가정은 부부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교육 받았고 그렇게 믿고 있다.

아이 중심도 틀리다고 본다 나는.


그래서 남편의 어머니가 나에게 생선을 던지며 욕을 하고 심한 반대를 해도

우리 부부가 굳건하다면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0년을 살아왔다.

사는 동안 남편도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나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그는 우리끼리 잘 살면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남편의 생각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때 어머니 말씀을 들었어야 했다고,

이 결혼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그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여태 말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이제야 말할 수 있다고,

결혼생활이 이렇게 된 것은 유감이라고

정신없는 문자들이 오기 시작한 건 5월말이었다.


나는 관계를 개선해보려고 심리상담을 다니다가 말았는데

그는 관계를 끝내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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