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성범죄일 뿐
의왕 엘리베이터 무차별 폭행남, 성폭행 의도로 범행
어제, 친정 엄마와 뉴스를 보다가 엄마가 말했다.
"무서워서 엘리베이터 타겠나.."
그런데 요즘 말로, 왜 때문일까. 화가 났다. 옆에 만만한 엄마가 있으니 괜스레 엄마한테 화를 내고야 말았다.
"저게 왜 엘리베이터 범죄야? 우리가 왜 저런 새끼들 때문에 엘베 이용을 무서워 해야 해? 저런 새끼들이 우리 같은 사람을 무서워 해야지? 나는 미디어가 저렇게 타이틀을 붙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
엘리베이터가 무슨 죄인가? 그냥 아무도 없고, 조용하고, 지 꼴리는 대로 버튼 누르고 세상 게으르게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사람이 나타나주는, 딱 지 범죄 지능에 맞는 장소라고 꼴에 택한 곳이 엘리베이터일 뿐이지. 남자는 그냥 보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저런 새끼들은 발품 팔아 돌아다닐 체력이니 정신력이니 정력이니 아무 것도 없는 말종일 뿐이야. (생각난 김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종'을 찾아봤는데 표제어가 없다.)
이렇게 괜스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사이 뉴스에서는 그가 초범이 아님을 리포팅하고 있었다. 그러자 엄마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평소의 엄마는 호기심이 없다) 되물었다.
"그럼 저런 애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또 그런다는데?"
전국 엘리베이터를 다 없앨 것도 아니고 엘리베이터에 무슨 이상행동감지 시스템, 이상행동감지 시스템 따위 있어봤자 소용없어. 할 애들은 계속 또 해. 그냥 법을 바꾸고 사회에서 격리해야지.
이 와중에 경찰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ENFP) 내가 만약 저런 상황에서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자가 되기 직전일 때, 가해자를 죽이면 어떻게 되는 거야?"
(INFJ) 죽이려고 마음을 먹고 죽이면 안 되지. 피해를 피하려고 하다가 어떻게 하다가 무슨 행동을 갑자기 어쩌다가 했는데 그 사람이 어라라, 어이쿠, 어쩌다보니 죽은 거면 정상참작될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 피해를 줘? 저 새끼를 내가 지금 죽인다, 라는 마인드로 하면 안 돼.
진지하게 대답할 건 또 뭐람. 그냥 너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노력할게라고 대답하면 될 것을.
요즘 같은 법 아래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한국인의 정서라면 가해자를 죽였다는 거, 피해자의 아버지가 가해자를 찾아가서 죽였다는 거, 모두 대환영받을 일이다. 그 누가 욕을 하겠는가.. (아. 가해자 부모가 욕하겠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이 사람을 죽여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라는 이야기는 그냥 책에 나오는 동화 같은 걸까.
(ENFP) 그래도 나는 도무지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특히 자식과 관련된 일이라면. 저렇게 감옥 가봤자 다시 또 나오잖아. 불안해서 어떻게 살아. 그냥 내가 그 새끼 죽이고 감옥 갈 테니까 아이는 오빠가 알아서 키워줘.
(INFJ) 아니야. 아니야. 내가 죽일 테니까 아이는 네가 키우는 거 나을 것 같아.
대한민국에서는 '살인'보다 '아이 키우기'가 더 힘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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