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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부장이 다쳤다

by Aeon Park

간호사였던 우리 사장님, 그리고 방송작가인 알바님 말고도 시골 카페에는 홍보부장이 계시는데 바로 고양이 한 마리이다. 원래 두 마리였는데 한 마리가 병에 걸려 죽고 나머지 한 마리가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독특한 매력으로 홍보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은 없으면 큰일나는 우리 부장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먼저 손님들이 자주 하는 질문을 몇 가지 살펴보자.


1.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예요?

네, 카페에서 키우는 고양이입니다. 카페 영업을 매일 하지 않아서 어떻게 키우나 싶지만 이 공간은 원래 사장님의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곳이라 밥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2. 개냥이인가요?

네, 개냥이입니다. 우리말샘에서 '개냥이'를 찾아보면 '개처럼 애교가 많고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라는데 (여기서 개:는 장음) 다만 저희 홍보부장님은 어른에게만 개냥이입니다. 고양이를 개처럼 다루려고 하는 어린이 손님 여러분은 아주 조심하셔야 합니다. 꼬꼬마 할큄 사건 유. 고양이는 개 같아 보여도 고양이입니다.


3. 종류가 무엇인가요?

시고르 자브종 아닐까요? 이런 무늬의 고양이를 고등어냥, Korean Shorthair 등으로도 부르는 것 같던데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범 같은 무늬가 인상적인 고양이입니다.


4. 카페 안으로 같이 들어가도 될까요?

고양이는 카페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고객이 동물과 같이 음식물을 먹을 수 없습니다. 다만 야외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저희 부장님이 손님들의 디저트를 겟하기 위해 가게 안으로 쑤욱- 들어가는 일이 있는데 알바에게 말씀해주시면 바로 캣아웃 처리 해드립니다.


5. 먹을 걸 줘도 될까요?

네, 조금씩은 줘도 되지만 매번 정기적으로 오셔서 간식을 주는 고정 손님들이 계시기도 해서 사실은 배가 많이 불러요. 동네에 있는 어떤 가게 점원 손님도 가게에서 고양이 간식을 매번 일부러 가지고 오시기도 하니까요, 아주 조금씩만 주세요. 단, 가게에서 파는 디저트류는 안 됩니다. 고양이 전용 간식만 가능합니다.



질문은 여기까지 받고 다시 제목으로 가 보자. 최근에 홍보부장이 시골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크게 다쳐서 돌아온 적이 있다. 아마 다른 고양이랑 싸운 것 같은데 당연히 졌을 거다. 우리 부장님은 그렇게 드세지가 않다. 보통 시골의 동물병원은 소나 돼지, 닭 같은 가축을 봐주느라 늘 출장 중이지만 다행히 시간을 맞추어서 의사도 보고 온 걸로 알고 있다. 이 의사 선생님은 나도 몇 번 만나본 적이 있는데 왜냐하면 약 15일 동안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웠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카페의 단골 손님 중에 고양이를 많이 돌보고 계신 동네 분이 있다. 집 마당에 고양이가 30마리 정도 득시글거리는 것 같은데 (직접 목격함) 고양이들끼리 그룹챗이라도 있는지 거기 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읍내에 있는 모든 길고양이가 다 모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사랑도 넘쳐나는 곳인데 그중 한 고양이가 새끼 6마리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시골로 이사오면서 닭 한 쌍도 키워봤고, 집 지키는 개도 키우고 있고, 사마귀, 개구리, 앵무새 등등 끝도 없는 와중에 고양이 두 마리 정도 추가된다고 뭐 인생이 얼마나 바뀌겠냐는 마음으로 두 마리를 입양했던 것이다.


카페에서 키우는 우리 부장님처럼 (아니지 부장님이 키우는 카페처럼?) 고양이가 잘 자라길 바랐는데 안타깝게도 15일 만에 죽고 말았다. 병원에서는 너무 어려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영양제만 입에 몇 번 발라주고 마트에서 산 고양이 모래나 자주 갈아주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까웠다. 병명은 흔한 길고양이 바이러스. 어미 고양이로부터 이미 갖고 태어나서 어미도, 다른 4마리의 새끼 고양이도 모두 죽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본 아이는 수탉이 죽었을 때보다, 앵무새가 죽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울었다.


비록 15일 뿐이었지만 고양이를 처음 키우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는데 아이 아빠가 심각한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고양이를 데리고 온 이후로 온 몸에 발진이 생겼는데 피부과에 가서 마스트 검사라는 걸 해보니 고양이, 개 등등의 알레르기가 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아이와 함께 고양이 카페를 간 것도 여러 번인데 그때는 전혀 발진이 없었어서 의아했지만 어쨌든 아빠의 안위를 위해 고양이를 다시 집으로 들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홍보부장님 만질 때는 괜찮았잖아? 아마도 털 보다는 배설물이 문제인 듯)


여보 시골에 살면 안 되겠는데


시간이 흘러 카페 홍보부장님의 상처도 다 아물었다. 다시 활발하게 지내는 부장님은 여름을 맞아 개구리를 물어와 마당에 풀어 놓고 잡기놀이를 하기도 하고 (먹지는 않습니다 워워) 해가 날 때는 마루에 누워 콜콜 잠을 자기도 한다. 고양이가 야행성이라는 건 여기서 처음 알았다. 왜 그렇게 해만 나면 드러누워 자나 했더니. 카페 인증샷을 올려주시는 손님들의 포스트엔 으레 홍보부장님의 사진이 들어있다. 한 귀여움으로 카페의 비주얼센터를 맡고 계시는 부장님, 오래오래 사세요, 제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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