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카페에는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온다. 이쪽이 관광지라서 그런가 가족 단위도 엄청 많이 오고 젊은 커플도 많이 오고 또 대학교 조인트 MT라고 해야 하나(요즘도 그런 걸 하긴 하나?), 큰 차에 학교 점퍼를 입은 학생들이 여러 명이 내려서 부엌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손님이 몰리는 시간은 보통 숙박업소의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이다. 지난 번엔 11명의 할아버지들이 큰 차에서 우루루 내리셨다. 목사님~ 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교회에서 단체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국민학교 동창 모임이었다. 일행 중 한 분이 목사가 된 모양이었다. 평균적으로 할아버지들은 따뜻한 대추차를 시키는데 주문을 도맡으신 반장 격의 손님 한 분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신세대거든요, 뜨아 6잔, 얼죽아 3잔, 그리고..."
내가 듣고 놀란 낱말은 '뜨아'나 '얼죽아'가 아니었다. 바로 '신세대'였다.
신-세대(新世代)
「참고 어휘」구세대(舊世代), 기성세대(旣成世代)
「1」 새로운 세대. 흔히 20대 이하의 젊은 세대를 이른다.
「2」 『사회 일반』 기성의 관습에 반발하여 새로운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개성이 뚜렷하며 자기중심적 사고 및 주장이 강한 세대.
신세대. 진짜 오랜만에 들어본다. 빈잔에 얼음을 채워 넣으면서 '와우.. 신세대래... 신세대래..'라고 머릿속으로 되뇌게 되었다. 내가 중학생 때였나 고등학생 때였나 기억이 정확하진 않는데 어쨌든 중고등학생 때, 우리 학교 학생 한 명이 '엑스세대'라는 간판을 달고 신문에 대문짝하게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새벽마다 아파트 현관 앞으로 신문이 배달오던 시대였고 또 논술 공부랍시고 사설을 오려서 스크랩하던 시절. '야, 몇 반 누구가 오늘 신문에 나왔대, 어떤 일로? 걔가 엑스세대래.'했던 대화가 아련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데 갑자기 들려온 낱말 신세대. 지난 몇 년 동안 MZ가 어쨌네 하는 소리만 듣다가 오랜만에 들어본 신세대. 그분은 정말 신세대임이 틀림없었다. 얼죽아를 시키는 모습이 아닌, 본인들을 '신세대'라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엑스^세대
「1」 『사회 일반』 미국에서 1965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 1991년에 나온 더글러스 쿠플런드의 소설 제목에서 비롯된 말이다.
「2」 『사회 일반』 자기주장이 강한 신세대를 이르는 말.
신세대와 엑스세대 모두 사전에 등재되어있는 말이지만 MZ세대는 그렇지 않다. 너무 넓어서 하나의 세대로 묶기엔 애매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듯 싶다. 그래요, 저도 Z세대랑 묶여서 휘뚜루마뚜루 평가받기엔 쪼까 곤란한 점이 있네요. 네.
신세대 국민학교 동창들은 시골 카페에서 얼죽아를 마시고 있는데 그때 그 엑스세대 동창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 MZ에서 M의 제일 최전방을 맡고 있는 나는 시골 카페에서 얼죽아를 만들고 있는데 엑스세대였던 너는 어디서 뭘하니. 나는 그리고 시골에서 알파세대를 하나 키우고 있어.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