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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줄 수 있어요 서비스

by Aeon Park

주문을 하러 부엌에 들어오는 손님들 중에는 묘하게 이 공간이 마치 자기 공간인냥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은근슬쩍 물어보면 아니나 다를까, 본인이 여기에 살았던 사람이라고 당당히 밝히곤 하고 사장님은 그 사람에게 예우랄까, 서비스를 꼭 주곤 한다. 그런데 저번에도 여기 살았던 사람이라고 했던 손님이 있었는데 얼굴이 다르지 않냐고 사장님께 물어봤다.


- 알고 보니 되게 많은 분들이 소유했었던 곳이더라고요. 한두분이 아니세요.


아.. 하긴. 지어진 지 70년이 된 건물이다. 그래서 사장님은 이전 주인들을 다 외우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다고 하면 그렇다고 하니까 서비스를 내어주는 것이었구나. 그나마 본인이 소유했으면 또 다행이지, '제가 모시고 있는 대표님이 여기 주인이셨는데 맛있어서 제가 여길 또 왔어요', 하는 분들에게도 사장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장님 부자~


서비스의 국립국어원 뜻풀이는 다음과 같다.

1. 생산된 재화를 운반·배급하거나 생산·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함.

2. 개인적으로 남을 위하여 돕거나 시중을 듦.

3. 장사에서, 값을 깎아 주거나 덤을 붙여 줌.

4. 『체육』 탁구·배구·테니스 따위에서, 공격하는 쪽이 상대편 코트에 공을 쳐 넣는 일. 또는 그 공.


외국에서는 서비스 달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할 거다. on the house, without charge, for free, complimentary, giveaway 정도가 한국식 외래어 service에 해당하는 말이다.


1년 넘게 일해서 나에게도 서비스의 권한이 있을까 궁금했다. 사장님은 웃으면서 '아이고 당연하죠, 그 정도 권한 있으시죠. 얼마든지.'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긴 했지만 아직 내멋대로 서비스를 줘본 적은 없다. 쿠키 하나라도 사장님이 아침마다 힘들게 만들고 있는 걸 알기 때문에 내 입으로 들어가면 몰라, 서비스는 무슨. 내가 그래도 립서비스는 기가 막힌다. 수많은 연예인과 교수, 외국인 게스트 등을 섭외하던 방송용 립 아닌가.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말을 '빈말, 입발림'으로 순화한 바 있다.


다음엔 어떤 얼굴의 전주인이 카페를 방문할까. 다음엔 어떤 손님에게 우스운 빈말을 던져볼까. 천천히 물드는 가을산을 보며 다음 손님을 기다려본다.






단적인 예로, 나는 내가 섭외했던 라디오 게스트와 결혼을 했다. 내 립이 그런 립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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