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카페 단골손님들의 선물

by Aeon Park

한동안 김장철이라 카페가 있는 시골 동네는 북적였다. 카페 앞 넓은 배추밭은 모종의 이유로 미처 수확하지 못한 농작물들만 땅 속에 한두 개 남아있다. 내가 해외에 살 때는 K-문화로 들썩이는 요즘과 달리 김치를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그때는 멀리 있는 중국 마트에 일부러 가서 중국 배추를 사고 이탈리아에서 많이 먹는다는 단무지용 무 같은 걸 사다가 태국 피시소스에 버무려 김치를 열심히 만들었다. 맛있다는 한국 배추와 한국 무가 널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그것도 신선한 김장재료가 널려 있는 시골에 2년째 살고 있으면서도 김장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내가 굳이 담그지 않아도 김치를 구하기가 쉬우니까.


카페에서 가장 가까운 집에 사시는 단골 할머니가 김장을 하신다는 소문에 카페 사장님은 커피를 몇 잔 내려서 배달을 갔다. 할머니들이 대추차만 마실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이곳 K할매들은 뜨아를 즐기신다. 김장도 일이라 힘내시라고 샷을 듬뿍 넣은 커피를 갖다 드린 거였는데 사장님은 김치와 수육을 또 잔뜩 들고 나타났다. 오늘 스태프밀은 본의 아니게 수육입니다~

이곳 장날은 9일이라 9, 19, 29일에 장날 꽈배기를 맛볼 수 있다. 김장할머니 말고 저기 위 쪽에 사시는 음악을 하신다는 단골 손님이 장에 다녀왔다며 꽈배기를 한 봉지 갖다주신 적도 있다.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데 손님이 몰려와 계속 못 먹다가 조금 여유가 생겨 꽈배기 봉지를 들고 야외테이블에 앉았다. 실내테이블에 앉아있던 유치원생 이란성쌍둥이 손님이 다다다다 뛰어와서 내 옆에 앉는다.


- 아줌마 이거 뭐예요? (라고 말하고 '이거 저 주세요'라고 해석하면 된다)

- 이거? 꽈배기야. (내가 마음씨 좋은 시골 아줌마로 보였니 아줌마는 그.러.치.모.태.)

- 우와 맛있겠다.

- 그치? 이제부터 먹을 거야. 장날에만 먹을 수 있거든.

- 장날이 뭐예요?

- Market Day라고나 할까. 9가 들어간 날에만 여는 Temporary market이야. (이때에도 이 시골 아줌마는 영국식 발음을 유지해줘야 한다)

- 아.. 그러면 9일 19일 29일 39일에 열어요?

- 응. 근데 달력에 39일이 있게 없게?

- 아! 없어요!

- Correct!

- 근데 이거 저희도 먹으면 안 돼요? (드디어 본론으로!)


이쯤되면 좀 줘라 싶겠지만 안 될 말. 만약에 아이에게 알레르기라도 있으면? 만약에 아이에게 심각한 충치가 있는데 내가 설탕이 잔뜩 묻어 있는 K간식을 맘대로 주는 거라면?


- 줄 수는 있는데 부모님한테 가서 허락받고 와야 해. 손님한테 아무 거나 먹였다고 나 혼나면 어떡해. 나 혼나기 싫어. 가서 허락 받고 와.

- 네!!


그렇게 다시 다다다다 실내테이블로 뛰어가서 허락을 받고 '엄마가 된대요!!!'하고 뛰어오는 귀염둥이들. 내가 지금 알바 중만 아니면 장날에 가서 뜨뜻한 걸로 다시 사다주고 싶다야. 근데 이거 내가 산 것도 아닌데.. 단골 손님이 사장님하고 나 먹으라고 주신 건데....


내 지정 야와테이블

여행을 즐기는 커플 손님도 있는데 이분들도 꼭 여행하며 사왔다는 다른 나라 과자들을 갖다주신다. 또 다른 분은 막대과자데이라고 직접 막대과자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또 뭐가 있더라... 너무 많아 일일이 기억 못하는 모습이 연말 시상식 고마운 분들을 언급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무대 위의 연예인 같다. 그중 가장 좋은 선물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뭐니뭐니 해도 '작가님 오늘 끝나고 뭐하세요? 술 한 잔 하실래요?'라고 건네는 이 말. 이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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