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뎅글뎅글

홧홧

모르는 말은 다시 보자

by Aeon Park

"나는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다."


소설을 읽다가 이 문장을 보고 작가가 잘못 쓴 줄 알았다. 홧홧? 에이, 활활 달아오른 거겠지~ 하지만 내가 또 뭐라고. 내가 뭐 걸어다니는 사전이냐. 나는 그냥 걸어다니는 사람일 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한번 찾아보자.



홧홧「부사」

달듯이 뜨거운 기운이 이는 모양.

-미순이는 얼굴이 홧홧 달아오르는 것을 두 손으로 비비며 대문간으로 나갔다.≪이문희, 흑맥≫

-석유 냄새와 열기가 홧홧 치미는 횃불들 사이에 유령처럼 음산한 모습으로 서서 한마디 말도 없이 그저 잠자코 구경만 하고….≪윤흥길, 묵시의 바다≫



얼굴은 활활 달아오르는 건줄만 알았는데, 홧홧 달아오를 수도 있는 거였다!

그것도 모르고 잘못 쓴 줄 알았다니.. 내 얼굴이 다 홧홧 달아오른다.

하지만 겨우 체면을 세울 일이 몇 장을 더 읽다보니 생긴다.


"그제서야 나를 향해 웃는다."


'그제서야'는 바른 말이 아니고 '그제야'라고 써야 맞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서야'도 '이제야'가 맞다.


그래도 난 걸어다니는 사전은 하기 싫다. 늘 잘 모르고 의심하고 알아가는.. 걸어다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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