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eon Sep 29. 2020

흔한 아픔은 지나간다더니

왜 안 지나가지?

오늘따라  생각이 난다.
아마도 냉장고  음식의 유통기한이  애인의 생일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너는 담배를 피웠다.
근데도 좋은 냄새가 났던  같다. 이제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냥 너는 좋은 냄새가 나는 흡연자였던  같다.

십년 정도 지나면 웃으면서 만날  있을  알았다. 그땐 그랬지 하면서 다시 친구로라도 지낼  있을  알았다. 그런데 십오년이 지난 지금도 만날 자신이 없다. 네가 무섭다. 그렇다고 네가 만나주는 것도 아닐 뿐더러.

죽어버렸으면,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있고 뜬금없는 사람들만 죽어나가고 있다. 그냥 네가 죽어서 가는 그곳에  편인 사람들이  많아져서 네가 죽어서도  곳이 없고 죽어서도 어울릴 사람이 없고 죽어서도 계속 비참했으면 하는 마음이 조금 있는  같기도 하다.

네가 다니는 학교에 찾아갔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나온 너에게 질문을 했었다.
그때 너는 당황을 했던  같기도, 준비된 대답을 여유롭게 읊어댔던 같기도 하다. 요즘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생각은 오늘따라 많이 났다. 그것이 냉장고  유통기한에서 시작된 것일지라도 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때  애인은 지금  할까. 그애도  생각을 할까.

 애인은 어쩌면 이름을 바꿔야할지도 모르겠다. 독특한 이름 탓에 계속 눈에 띄고 거슬린다. 이미 바꿨는지도 모르겠다.

 애인의 위장술이 너보다  뛰어나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적어도 그는 비겁한 사내처럼 보이진 않는다.

너는 비겁했다. 지금도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덕분에 나는 병신에서 신이  기분이다. 모르던  알게 되었고 말할  없던 것들을   있게 되었고 조금은  정의로워진  같기도, 조금은  세진 것도 같다.

-  자존심도 없지 않냐
- 아니,  자존심 되게 .

너는 나에게 자존심이 세다고 말했었다. 그말은 아마도 너는 내가 너를 많이 아끼고 있었다는 , 온종일 너만 생각하느라 종일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던  시절의  마음을 알았다는 이야기일 거다.

모든 순간이 생각난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적어둔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오래도록 괴롭히고 싶다.
살아도   없고
죽어도  곳이 없도록.


2015년 9월

작가의 이전글 꽃잎을 따며 할말은 아닌 것 같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