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어.

4th 프로입학러

요즘 아이들은 프로입학러인 것 같아. 팬데믹 영향으로 이리저리 옮기거나 관두거나 다시 들어가거나 하기 일쑤이니까. 일단 너부터도 이번에 4번째 입학인데, 왜 이렇게 된 건지는 지금부터 이야기해줄게.

너는 먼저 영국에서 preschool을 시작했어. 가장 친한 동갑 친구 Bethan과 함께 다녔고 일주일에 이틀만 다녔어. 영국에서는 3-4세의 경우, 부모가 맞벌이면 일주일에 30시간 무료 돌봄을 받을 수 있었는데(30 hours of free childcare per week) 우리집은 맞벌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15시간이었고 그러다보니까 일주일에 두 번만 보내게 된 거야. 첫 시작으로는 만족스러운 시간이라고 생각했어.

네가 최초로 다니기 시작한 preschool의 뒷마당이야.

그러다가 학교를 옮기게 되었는데 네가 4살 때, 아빠가 졸업한 학교로 전학을 간 거야. 엄마는 네가 다니던 학교도 만족스러웠지만 아빠는 그렇지 못했고 결국 옮기게 되었지. (사족을 붙이자면, 안타깝게도 네가 다니던 preschool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라졌어.)

두 번째로 다니게 된 학교는 한국으로 치면 어린이집부터 고3까지 다 아우르는 큰 학교였어. 여기서는 이전 학교에서는 입지 않았던 교복도 입기 시작했지. 3세도, 18세도 똑같은 디자인의 교복을 입는데 크기만 다를 뿐 디자인이 같으니 얼마나 귀여웠겠어. 그렇게 아빠가 다니던 똑같은 학교, 똑같은 운동장에서 넌 자랐고 nursery를 마치고 reception을 거치던 중 코로나가 시작되었어.

2nd 학교

그렇게 우린 영국 생활을 쉬게 되었고 (마쳤다고 해도 될까) 한국에 왔어. 네가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상태로 왔기 때문에 서둘러 유치원에 등록하였고 그렇게 너의 세 번째 교육생활이 시작되었지. 다른 유니폼을 입고 다른 친구들과 다른 언어로 생활을 한 거지. 그런데 유치원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고 또 거리두기 시행으로 인해 정신이 없다보니 퇴소를 선택하게 되었어.

가정보육이 몇 달 동안 계속되다가 3월이 왔어. 그렇게 너의 네 번째 학교, 초등학교 입학 시간이 온 거야. 영국에서 nursery를 마쳤을 때 마지막날, 나 혼자만 꽃다발을 사 간 거 알아? 나는 한국에서 살던 사람이라 뭔가 마지막날에는 꽃을 주며 축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글쎄 나만 꽃다발을 가져간 거야. 영국인 엄마들은 꽃다발을 들고 온 나를 보면서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말은 해줬지만 거기 문화는 아니었던 거지.

너만 꽃다발을 받은 마지막날

하지만 한국 초등학교의 입학식이라면 나도 일가견이 있지. 그래서 아빠에게 입학하는 날 꽃을 사오라고 말해두었는데 글쎄 아빠가 안 사왔어. 아빠는 영국에서 자라서 꽃을 사는 게 이상하다고 여겼던 모양이야. 교문 앞에 바글바글 서 있는 꽃을 든 학부모들을 보면서 뒤늦게 생각했겠지, 아 여기는 꽃 문화구나. (사족파티:안 살 거면 나한테 미리 말하든가... 내가 사면 되는데...)

새 책가방과 새 신발주머니, 그리고 새 옷과 마스크를 쓰고 초등학교 정문을 나오는 너를 보면서 얼마나 대견했는지 몰라. 이제 겨우 6살. 4번째 학교를 시작한 걸 많이 많이 축하해.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었고 (자장면은 아니었어) 지나가다가 꽃집을 봐서 뒤늦게나마 꽃을 안겨줄 수 있었어.

나는 학원을 많이 보내는 엄마가 되지는 못해도 허리를 숙여 네 키에 맞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네 목소리에 집중하는 엄마는 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혼날까봐 입을 닫아버리는 아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중에 나에게는 비밀이 생기더라도 네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까운 친구 하나는 늘 곁에 있기를 바라.

등골브레이커 아이템들은 못 사줘도 해외직배송 책들은 사줄게. 네가 영국에서 읽던 것들을 한국에 없다는 이유로 읽지 못하게 되는 건 네게 공평하지 않으니까.

너는 한국아이들의 피부색이 영국만큼 다양하지 않은 걸 이상하게 여기는데 그 마음이 잘 활용되기를 바랄게.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된 것인 듯 행동하는 아이가 되지 않기를 바라.

다시 한번, 축하해.

한국 초딩이 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