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Lisboa
다른 곳을 많이 기웃거렸지만 ‘리스본’하면 역시나 에그 타르트다. 그 중에서도 원조라 불리는 에그 타르트는 벨렘 지구에 위치한 ‘파스테이스 드 벨렘’의 것으로 이 가게가 1837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참으로 오래되었다.
예전에는 수도사들의 옷깃에 풀을 먹일 때 달걀 흰자를 사용했는데, 이 때 버려지는 노른자를 활용하기 위해 에그 타르트가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요 부드럽고 달콤한 녀석은 답지 않게 수도원 출신 간식인 셈이다. 지금도 여전히 수도원에서 나온 비밀 레시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데 이 레시피는 ‘비밀의 방’에 출입 가능한 딱 세 사람만 알고 있다고 한다. 이 세 사람에게 한꺼번에 사고가 생기면 당장 에그 타르트의 품질을 장담할 수 없게 되기에 함께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일은 엄격히 금지되어있다고도 하니 '그 맛'을 지키려는 노력이 대단하다.
무척이나 작아 보이는 가게인데 안으로 들어서면 정말 끝도 없이 공간이 확장되는 느낌이다. 엄청나게 넓다. 이만한 매장이 운영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에그 타르트가 팔린다는 뜻일테니 더욱 놀랍다. 유명세에 비해 별로 비싼 가격도 아닌데다가, 이건 식사 대용이라거나 무한정 쌓아놓고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아니어서 다들 커피 한잔에 곁들여 두어개 먹고 일어설텐데..
그 시절에야 버려지는 노른자를 처리하기 위해 에그 타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지만 지금은 이렇게나 먹어대니 아마도 흰자가 왕창 남지 않을까 싶다. 보통 달걀 흰자로는 머랭을 만들면 딱이지만, 이 집에서 머랭을 먹고 있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흰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문득 궁금하다.
물론 에그 타르트는 워낙 유명한 녀석이라 리스본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집의 에그 타르트는 정말 유독 맛있다. 다른 집은 만들어서 쌓아두니까 식어서 맛이 조금 덜한거고, 이 집은 워낙 손님이 많은 통에 쉴 새 없이 만들어대니 갓 만든 것을 따끈따끈하게 바로 먹을 수 있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거라는 평도 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따뜻하든 식든 관계없이 내 입에는 이 집 것이 독보적으로 맛있다. 다른 집의 에그 타르트도 몇 번 먹어보았지만 약간 떫은 느낌이 나는 것도 있고, 텁텁하거나 심지어 비리기도 한데 이 집 것은 정말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맛이라거나 눈이 번쩍 뜨이는 대단한 맛이라는 뜻이 아니라 완벽하게 균형이 잡혀있어 거슬리는 점이 없는, 고로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라는 뜻이다. 요리를 해보면 안다. 튀는 맛 없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결과물을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것은 진정한 고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그깟 빵 하나 사먹으러 벨렘까지 가?”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벨렘엔 에그 타르트 뿐 아니라 대항해 시대에 위상을 뽐냈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의 포르투갈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 의식적으로 피하지 않는다면야 한 번쯤은 오게 되는 곳이다.
그리고 '다른건 잘 모르겠지만 오로지 이 에그 타르트를 먹기 위해 다시 리스본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으니 이쯤 되면 말 다한 것 아닌가. 때로는 ‘맛있는 에그 타르트’처럼 아주 사소한 것에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건 여행에만 통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것 또한 거대한 돌풍이나 요란한 벼락이라기보단 아주 작은 틈새다. 그 틈새로 조용히 빛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삶은 비로소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