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 타르트 한 알의 힘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포르투갈, 리스본

by 나예

유난히 음식으로 기억되는 동네가 있다. 나에게는 홍콩과 마카오가 그런 동네다. 홍콩과 마카오의 음식들은 비슷한 듯 다른데 그 차이는 에그 타르트에서도 드러난다.


홍콩식 에그 타르트는 타이청 베이커리로 대표되는데, 타르트 부분은 쿠키 느낌에 달걀 필링은 묽은 크림에 가깝다. 너무 부드러워서 잘못 베어물면 무너져 흐르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타르트 부분이 쿠키를 닮은 것은 영국의 영향일까. 아주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파리 바게*에서 내는 에그 타르트가 홍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마카오식 에그 타르트는 타르트 부분이 페스츄리 타입이라 베어무는 식감 자체가 바삭하다. 달걀 부분도 좀 더 쫀쫀하고 탱글한 느낌. 한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KF*의 에그 타르트가 이 타입이다.


일반적으로 홍콩식 에그 타르트는 마카오식 에그 타르트의 변주라고 해석된다. 그 둘 사이에서 굳이 정통성을 따지자면 마카오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될텐데 진짜 원조는 포르투갈에 있다.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에 그 시절에 에그 타르트도 마카오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의 타이청 베이커리와 마카오의 로드 스토우


결국 내가 음식으로 기억한 동네는 홍콩이나 마카오가 아니라 포르투갈이었나보다. 진정으로 그리워한 것 또한 홍콩이나 마카오가 아니라 포르투갈의 에그 타르트였던 것 같다. 포르투갈의 수 많은 에그 타르트 중에서도 리스본 벨렘 지구에 위치한 <파스테이스 드 벨렘>의 바로 그 에그 타르트.


누군가 나에게 리스본에서 해야할 일이나 먹어야 할 것을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파스테이스 드 벨렘>의 에그 타르트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언젠가 리스본에 다시 방문한다면 그건 분명 에그 타르트 때문일 것임을 확신한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갈 수 있는 동력을 품게 하는 것은 엄청난 결심이나 각오가 아니라 한 알의 에그 타르트일 때 도리어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좋아하는 것은 책으로 만들면 안돼요. 책을 내고 나면 그 것과는 더 멀어지거든요.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책이랑 무슨 상관이야, 다 내 의지에 달린거지 라고 생각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정말로 그렇게 됐다. 나는 아직도 내 책을 들고 내가 좋아했던, 그래서 마땅히 내 책에 담았던 그 동네들을 재방문해본 적이 없다.


그 날이 오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일단 에그 타르트만큼은 한국에서 대용품을 찾아 그나마 다행스럽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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