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미술관

by 나예

요즘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 자주 보이는 곳 중 한 곳인 김창열 미술관. 보여지는 것과 달리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인데 이 근처 풍경과 분위기가 무척 좋다.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느낌. 또한 아름다운 건축물이 주위 환경과 아주 잘 어울린다.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다수 남겼다. 이 곳에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나의 그림은 모든 것을 물방울에 용해시키고 투명하게 무(無)로 되돌려보내기 위한 행위’라는 그의 말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김 화백은 어쩌면 아직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인물이다. 김 화백은 박서보 화백 등과 함께 한국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하여 앵포르멜 미술운동(기하학적 추상에서 표현주의적 추상으로 변모)을 이끌기도 했으며 1969년 제7회 파리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프랑스 파리에 정착해 물방울과 관련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 문화교류 저변 확대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고, 2013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201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기도 했다.


김 화백은 본래 제주도민은 아니지만 6.25 전쟁 때 제주로 피난을 와 머물면서 이곳을 제 2의 고향으로 삼았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200여점의 작품을 제주에 기증했다. 이에 제주에 김창열 미술관이 생긴 것!


미술관 건물은 回자 형상이다. 김 화백은 건물이 본인의 작품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무덤’의 형태가 되기를 바랐다고 하는데, 이에 미술관의 건축을 의뢰받은 건축가는 작품 속 물방울들이 그러하듯 ‘회귀’의 의미를 담아 回자 형상의 건물을 구상했다고. 전시실 사이의 통로는 무덤으로 들어가듯 대체로 어둡지만 그 와중에 빛이 지나다니는 길이 나있어 관람객들은 이 빛을 따라 발을 옮긴다. 지형 특성상 모든 동선을 거쳐 위로 올라가면 절로 지상이 되는지라 잠시 무덤 안, 지하 세계로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실내외 마감재를 동일하게 사용해 의도적으로 건물의 내외를 구분짓지 않은 것도 독특한 점. 즉,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인 셈이다.


건물의 겉모습은 디테일 없이 심플한데 여기에 제주 특유의 돌담과 자연의 푸릇함이 어우러지며 쉬이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너무 빠듯한 일정으로 둘러보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방문하는 것을 권해본다.


입장료 : 성인 2000원, 어린이 500원 (도민은 50% 할인)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제로 운영 중

유모차 무료 대여 (실내에서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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