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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 Feb 13. 2017

라퐁텐 우화를 알고 있나요

서른 개의 이야기를 전하고 쓰는 번외 #7

'우화'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개미와 배짱이' 같은 것은 사실은 이솝 우화로, 엄밀히 따지자면 라퐁텐 우화와는 다른 것이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세워 나름의 교훈을 주는 점이 흡사해 둘은 곧잘 헷갈리지만 대체적으로 라퐁텐의 우화가 좀 더 짧고 덜 알려진 것들이 많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아마도 라퐁텐의 우화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시골쥐와 서울쥐'일 것이다.

  

상 비센테 지포라 수도원엔 라퐁텐의 우화 중 38가지가 아줄레주로 표현되어있어 하나하나 들여다보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를 정도이다. 이중에서 아예 생소한 것은 제외하고 ‘아, 맞아.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 할 수 있을 만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개와 당나귀

사냥꾼과 개와 당나귀가 함께 길을 가던 중, 사냥꾼이 개에게 빵을 주는 것을 깜빡하고 잠이 들어버린다. 개는 빵을 꺼내기 위해 당나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당나귀는 풀을 뜯느라 개의 부탁을 모른 체한다. 얼마뒤, 굶주린 늑대들이 나타나고 이번엔 당나귀가 개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개 역시 이를 모른 체한다. 당나귀는 늑대들에게 물어뜯기고 말았다.


* 곰과 정원사

곰과 정원사는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 낮잠을 자고 있는 정원사의 얼굴 벌레가 앉았고 곰은 친구를 위한답시고 커다란 돌맹이로 있는 힘껏 벌레를 가격한다. 정원사는 그대로 머리가 깨져 죽고 말았다. 


*늑대와 황새

늑대와 황새 이야기는 이쪽.


*고집 센 두 염소

서로 앙숙이었던 두 염소가 하필이면 외나무 다리 위에서 만났다. 둘은 서로 양보하지 않으려 싸우다 결국 함께 물에 빠지고 말았다. 


*소금을 짊어진 당나귀와 솜을 짊어진 당나귀

무거운 소금을 짊어진 당나귀와 가벼운 솜을 짊어진 당나귀가 함께 길을 가던 중 강을 만났다. 소금을 짊어진 당나귀가 지칠대로 지쳐 실수로 물에 빠졌는데 소금이 모두 녹아버리는 통에 홀가분한 몸이 되어 물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를 시샘해 솜을 짊어진 당나귀도 물에 뛰어들었으나 솜은 더 무거워졌을 뿐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닭

하루에 한 개 씩 황금알을 낳는 암탉을 가진 젊은이는 암탉의 뱃속에 황금알이 잔뜩 들어있을거라 기대하며 일확천금을 위해 암탉의 배를 가른다. 하지만 암탉의 뱃속은 텅 비어있었다.


*노인과 그의 아들들

임종을 앞둔 노인이 마주치기만해도 으르렁거리는 세 아들을 불러 모으고는 나뭇가지를 여러개 구해오도록 했다. 세 아들에게 각각 나뭇가지 하나씩을 꺾어보게 하자 모두 손쉽게 꺾어버렸다. 하지만 나뭇가지를 여러개 모아 묶음을 만든 뒤 꺾도록 했더니 꺾을 수가 없었다. 노인은 부디 형제들끼리 마음을 모아 함께 도우며 살기를 바란다는 유언을 나뭇가지에 빗대 남긴 것이다.


*비둘기와 개미

물에 떠내려가던 개미가 지나가던 비둘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번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면 다음번에 비둘기가 위험할 때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비둘기는 개미를 측은히 여거 구해주긴 하지만 ‘너 같은 조그만 녀석이 나를 어떻게 돕겠다는 거냐’며 개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사냥꾼이 정확히 비둘기를 겨냥한 순간, 개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사냥꾼의 발목을 물어 정말로 비둘기의 목숨을 구한다.



덧붙이는 말

1.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잠시 찍고 가는 곳” 정도로만 알려진 포르투갈에서 오래도록 머무르며 여행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2. 매거진 제목은 가토 다이조 著,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에서 인용하였습니다.

3. 이 이야기는 저의 개인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바탕으로 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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