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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 Feb 12. 2017

리스본 성당 투어, 첫번째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30

아줄레주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니 거리의 건물과 타일 장식들이 한결 더 돋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남은 시간 동안은 리스본 시내에 남아있는 여러 성당들을 연달아 둘러보았다. 순서대로 콘세이상 벨랴 성당, 산투 안토니우 성당, 리스본 대성당이 되겠다.


# 콘세이상 벨랴 성당

16세기 초에 화려하게 지어진 '자비의 성모 성당'이 리스본 대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신기하게도 문이 달려있는 한쪽 벽면만 덜렁 남았다고 한다. 한 건물이 완전히 망가지는 과정에서 하나의 벽면만 온전히 남는게 분명 쉬이 일어나는 일은 아닐 텐데, 마카오에도 이런 식으로 마치 종잇장을 세워둔 듯 버티고 선 세인트 폴 성당이 있으니 조금은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곳이니 이걸 순수히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성 싶다. 포르투갈만의 어떤 특수한 건축 방법이 그런 결과를 불러온건 아닐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아직도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튼 이후 18세기 중반 즈음에 새로운 성당을 지었는데 남아있던 문을 그대로 활용했다고. 그러니까 지금 내 눈 앞에 서있는 콘세이상 벨랴 성당은 18세기 중반에 지어진 건물에 16세기의 문이 달려있는, 복잡한 역사의 주인공인 셈이다. 


이 성당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역시나 가장 오래된 문 부분인데 이 근처에는 이런 식의 화려한 건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마누엘리노 양식의 화려함이 더욱 돋보였다. 

△ 문에 새겨진 장식들은 경건하다기보다는 어쩐지 귀엽다 / 마카오의 세인트 폴 대성당 또한 앞면만 남아있다.



# 산투 안토니우 성당

예전에 알파마의 골목을 걸었던 이야기를 썼을 때, 리스본의 공식 수호성인인 상 비센테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곁들였었다.


하지만 사실 리스본에서 상 비센테보다 더 인기있는 성인은 ‘안토니우’다. 안토니우는 기도 중에 아기 예수를 만났고, 함께 하룻밤을 보냈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성인이기에 그를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 등엔 꼭 아기가 함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 비센테만큼이나 안토니우의 모습도 리스본 시내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데 기념품 가게 등에서 아기를 안고(정확히는 들고) 있는 사제를 표현한 인형 따위를 본 적 있다면 그건 100% 안토니우다.


산투 안토니우 성당은 별 개성없이 밋밋하게 생겼고 내부도 평범하지만, 지하에 안토니우를 위한 성소가 따로 마련되어있어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교황이 다녀간 곳이기도 해 교황의 방문을 기념한 아줄레주도 남아있다. 그런데 성소는 명성과 인기에 비해 아주 협소한 공간이다. 때문에 이 곳에서 기도를 드리려면 줄을 서야한다. 마음이 중요하지, 꼭 여기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아예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실제로 성소에 들어서니 왠지 모를 경건함에 우리도 엉거주춤 그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야 말았다. 


안토니우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성인으로도 알려져 있어 소매치기를 당한 여행자들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이 곳을 방문하기도 한다는데, 이 날은 그리 절박해보이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아주 큰 사고를 제외한다면 여행 중에 가장 걱정되는 일 중 하나가 소매치기에게 당하는 일이지만 우리가 걸었던 포르투갈엔 소매치기는커녕 돌아다니는 사람 자체가 적었다. 이렇게 한산한 거리에서 누군가 이유 없이 밀착해온다면 당연히 의심스러울거다. 소매치기는 어디에나 있지만, 다행히도 우리가 이번 포르투갈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좋았다. 내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소매치기로 의심하는 것은 무척이나 피곤한 일인데 그럴 일이 없어 다행이었다. 이 또한 안토니우의 은총인 걸로 해도 되겠지.



덧붙이는 말

1.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잠시 찍고 가는 곳” 정도로만 알려진 포르투갈에서 오래도록 머무르며 여행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2. 매거진 제목은 가토 다이조 著,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에서 인용하였습니다.

3. 이 이야기는 저의 개인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바탕으로 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합니다.

4. 쓰다보니 내용이 많아져서 '리스본 대성당' 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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