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딸의 생일상은 김치볶음밥

완벽주의 워킹맘의 취향 사수 에세이

by 헤이란


12월 달력에 동그라미 하나가 존재감을 뽐낸다.


아이는 달력을 받으면 가장 먼저 자신의 생일을 찾아본다. 무슨 요일인지 확인하고 기쁜 표정으로 표식을 그린다.

엄마 올해 내 생일은 토요일이에요.

그래, 올해 최고의 토요일이겠네. 벌써 기대된다.


특별한 날을 앞두면 엄마는 주인공보다 더 마음을 졸인다. 어떻게 해야 후회 없이 이 날을 보낼까.



작년 생일도 그랬다.


아이의 생일을 핑계로 세 식구 외식거리를 찾아보았다. 갈비를 먹을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마음껏 뷔페를 즐길까. 독채 펜션을 예약해서 야외 바비큐 파티를 열까. 그냥 친정 엄마 찬스를 써서 (엄마의) 엄마표 생일상을 차려줄까.


.....

그래도 엄마가 직접 챙겨야 감동이겠지?

그러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수제 vs 아웃소싱.

정성 vs 효율.

내적 갈등은 커져갔고 나는 결국 아이에게 직접 답을 얻기로 했다.



생일에 뭐 먹고 싶어?

글쎄요.

무뚝뚝한 생일 주인공.

적당히 잘 챙겨 먹고 배부르게 살아와서 그런가. 생일상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래도 좀 생각해 보렴. 나는 답이 필요했기에 아이를 재촉했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

엄마, 생일에 먹고 싶은 게 있어요.

그래, 그렇지. 도대체 그게 뭘까. 반가워서 물으니 대답은 의외였다.

김치볶음밥이요. 엄마가 자주 해주는 그 김볶이요.

그러더니 먹고 싶은 걸 얘기하며,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도 줄줄이 늘어놓는다. 이제야 엄마 속도 후련하다.



가장 먹고 싶은 것은 엄마표 김치볶음밥.

패밀리 레스토랑을 검색하던 내 손이 부끄러워졌다. 그렇구나. 그게 먹고 싶었구나.

왜 냐고 물으니, 그게 그냥 제일 먹고 싶다고.

생일은 내가 주인공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거 먹는 거 맞잖아요.

아이가 좋아하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서 다행이다. 책임감은 상승, 부담감은 안정적, 보람은 떡상이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우리 세 식구 다 같이 모여서 놀기.

솔직히 무슨 말인가 했다. 난 다시 물었다.

우리 주말마다 셋이서 노는데 그거랑 다른 거야?

달라요. 우리 셋이 다른 거 안 하고 진짜 노는 거 말하는 거예요.



아이의 생일날, 셋이서 보드게임을 하고, 수다를 떨며 놀았다. 아이는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먹었고 그렇게 다행스럽게 나이도 한 살 먹었다.



기적은 평범한 곳에 있다. - 책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중 -



특별함은 너무도 평범한 재료들로 완성된다.

특별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특제 하루의 비결이었다.


올해도 아이는 생일을 기다린다.

벌써부터 아이의 메뉴 선택이 궁금하다.

아이의 최애를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최애가 바뀌는 순간,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날이 온다면

가장 행복했던 아홉 번째 동그란 날을 떠올리도록

정성껏 김치볶음밥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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