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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란 Apr 06. 2023

삶을 앞세운 문장들

필사적으로 필사일기 - <생텍쥐페리의 문장들>

삶에는 해결책이 없네. 나아가는 힘만 있을 뿐이야. 그 힘을 만들어내야 해결책이 뒤따라오는 것이네.
[야간 비행] 


"생텍쥐페리는 목숨을 위협하는 위기와 가난, 고립에서 오는 고독에 맞섰고, 그 싸움은 언제나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우리가 그의 문학에서 어떤 강인한 힘을 느낀다면, 그것은 삶을 대하는 그의 자세가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 아닐까. 무엇보다 그는 허구적 상상이 아닌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글을 쓰지 않았던가. 삶이 앞서고 문장이 그 뒤를 따른다. 그의 문장은 그의 삶처럼 나아가는 힘을 품는다."


"생텍쥐페리의 수직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늘날 우리를 넘어뜨리는 이 커다란 장애물은 작은 점에 불과할 것이다. 그 점에 부딪혀 자꾸 주저앉는 이 삶도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 그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앞을 막아서는 거대한 벽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벽의 본질을 살피게 된다. 벽 너머를 상상하게 된다. 어딘가에 있을 우물을 믿게 된다. 그렇게 벽을, 아니 점을 넘는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꽃이 시든다. 모든 것이 죽고 재구성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전혀 슬프지 않다. 높은 파도를 대하는 것처럼 조심할 뿐이다. 참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걷는 기쁨을 즐기는 것이니까. 나와 내 정원, 우리는 꽃에서 열매까지 간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열매를 통해 씨앗에 이르고자 한다. 씨앗을 통해서 내년에 피게 될 꽃을 향해 간다. 


생텍쥐페리의 문장들 - 인생의 사막에서 의미를 발견하다 (생텍쥐페리 저/신유진 편역) 중





필사를 하려고 책을 찾던 중 그를 만났다. 그의 소설도 좋지만 그의 문장을 따라가는 역자의 시선이 더 끌렸다. 역자는 말한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고스란히 담긴 글이라서 강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삶을 앞세운 문장이라서 조급함이 없다. 그러면서도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러나 여전히 거침없이 삶을 완성하기란, 내게는 무척 어려운 숙제다. 한 가지 깨달은 것은, 필사를 하는 이유가 단순히 필력을 키우고 아름다운 문장을 찾는 것뿐 아니라,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완성하고 내 삶 또한 더불어 동력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왜 우리가 그토록 지독한 삶의 한가운데에 서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써 나가는지. 이유를 찾는지. 생텍쥐페리가 씨앗을 심는 마음처럼 나도 필사적으로 필사를 할 것이다. 그것은 열매라는 목표가 아닌 꽃을 피우는 기쁨이다. 글을 담아내는 마음이 그렇듯. 



배경이미지 출처: https://cdn.pixabay.com/photo/2016/10/20/17/40/aircraft-1756149_960_7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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