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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pr 16. 2020

자연은 보는 자의 것 1  
보들보들 머위잎

어느 화가의 밥상 A  /  4







어느 화가의 밥상 A

''자연은 보는 자의 것.''



진리이지.

굳이 자연을 살 필요가 뭐가 있나.

그냥 느끼고 취하믄 되는 것을.

거기에 행복이 있다.



접수한 화단 텃밭 옆이 동산 공원이다.

텃밭과 동산 풍경이 힐링이 된다.


불법경작금지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 금지당한 텃밭들은 경작은 못하지만

경작은 안 하는데 난 들풀들 베는 건 상관없지.

화단 텃밭에 이어서 아늑한 동산도 내가 접수.

나의 생장고.


호박잎, 개망초, 취나물, 

점나도 나물 등이 눈에 띈다.


몇백 평은 족히 되는데

아무도 없다. 땡잡은 거지.



농사 먼저 지어 본 동창이 조언한다.

그런 땅에는

도랑 만들 수 없고 채소를 키울 수 없으니

달래 잔대 더덕 도라지 참취 곰취 등

산채 씨를 그냥 확 뿌려 놓고

자라면 캐먹으라고.

바람직한 전략 지침이다.






어느 화가의 밥상 4

보들보들 머위잎






머위잎 쌈



때는 4월 중순.

텃밭 주변에 어린 호박잎이 

여기저기 기어 다니고 있다.



호박잎 대의 거칠 거칠한 껍질을

벗겨주는 것으로 손질 끝이다.


호박잎은 데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찌는 것이었다.

어쩐지 데치니까 물커덩 거려 

쌈 싸 먹기 힘들었어.

쪄야 보들보들 하지.

여인의 비로도 치마 말이다.


이제 강된장만 있으면 

맛있게 밥에 쌈 싸서 먹을 수 있다.

물론 2001년도에 담가 놓은 

조선 된장이 아직도 있다.



친구가 호박잎이 아니라 머위잎이라 한다.

호박잎인 줄 알고 며칠 간 먹었던 것을.

어쩐지 꽃이 이상했어.











머위잎 쌈에는 역시 강된장찌개



평생 시골 된장찌개로 살아오셨다는 장모님

맛의 비결은 쌀뜨물을 붓기 전에

재래 된장, 멸치,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을 

수저로 으깨듯 비비는 것이란다.  


다른 이들은

강된장찌개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는다만

핵심을 이것 아니겠는가?

나머지는 있는 대로 넣으면 되는 것이고.

 


곰팡이 냄새 진한 된장을 퍼다가 

국물이 묽지 아니하고 바특하게

강된장찌개를 끓였다.

역시 한국 사람은 질리지 않는 된장찌개야.

머위잎과 시골풍 강된장의 조화라니!

    









머위 꽃송이 튀김



튀김은 구두를 튀겨도 맛있다는 말이 있다.

어린아이들은 특히 좋아한다.

우리 애들은 컸는데도 치킨을 계속 시켜 먹는다.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나도 가끔 야채 튀김이나 오징어 튀김을

튀겨 먹는다. 

파리 유학 시절 일본 식당 아르바이트 때

일본 주방장한테 배운 노하우가 있다.

그 노하우는 별거 아니다.

반죽이 엷을수록 튀김옷이 가벼워진다는 것.

가벼운 튀김옷이 얇으면 

젓가락으로 반죽을 찍어 뿌려 준다 정도.



최근에 새롭게 알게 된 노하우는

반죽을 할 때 물 대신 아주 찬 맥주를 쓰는 것이다.

그럼 튀김옷이 더 아삭해진다나?

일리 있는 말이다.

뜨거운 기름에 아주 찬 

상극을 맞부딪치게 해 

극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효과겠지.



좋은 세상이다.

유럽에서도 먹어보지 못 한

아주 맛있는 체코 맥주를 

마트에서 캔으로 살 수 있으니.





피기 전 머위 꽃송이는 

빽빽하니 내용이 실하다.

여느 꽃과는 사뭇 다르다.

튀겨도 씹힐거리가 있을 듯싶다.  

튀김용으로는 여느 채소보다 마음에 든다.

특징은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는 점이다.

두 가지 대비의 맛을 한 입에서 느끼는 거다.



쌉쌀한 맛 덕에  느끼함이 덜 하다.

간장 소스에 매실과 식초를 섞으면

매운맛 빼고 네 가지 맛의 동시 상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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