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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20. 2020

돌아본 시크릿 가든의 4월

어느 화가의 밥상 D2




4월의 플랜은 딱히 없었건만

경매 들어간 듯한 앞집 텃밭을 통해

공원이 주어졌다.

경매로 주인이 나타나면

텃밭은 공원 한 모퉁이로 철수하면 된다.


공원 주인은 화성시이다. 

경계선에서 고랑도 안 파고 씨 뿌려

잡초와 같이 키우는 자연 농법이라 

문제는 없을 것이다.


최악 상황에 금지 표지 붙으면

안 하고 딴 데다 옮겨 심으면 되고.

적어도 아들 얘기로는

농산물이나 임산물 보호법상으로

누구든 심어 놓은 작물은

땅주인이라도 마음대로 제거할 수

없다 한다.


이러한 나의 견해에

적성에서 농사 먼저 지어 본 동창이 조언한다.


''움메. 똥 배짱. ㅋ.ㅋ.

맞아 농작물 심으면 땅주인도 못 건드려. 

지상권 땜시. ㅋ.ㅋ.

힘드니까 뿌려놓고 캐먹는거루 해.''




이어서 생긴 좋은 일 하나는

옥상 비닐하우스 허가를 받은 것이다.

비닐하우스는 단열을 철저히 해 지을 예정이다.

더 자유롭고 넓은 아뜰리에로 쓰기 위해.

현재 쓰고 있는 아뜰리에는

그림 보관 장소가 되는 거다.






한편을 제비 꽃밭화



텃밭에 제비꽃들을 발견하고는

다른 잡풀과 개망초를 솎아 냈다.

시크릿 가든 한편에

제비꽃을 몰아 심기 위해서다.

몸에 좋다니

제비꽃 술을 담그려고.


아랫동네 길가 공원에서

민들레 잎을 채취하다가

제비꽃들을 발견했다.

그 뭔 횡재를 한 듯한 기분 알랑가 몰라.

물론 캐다가 옮겨 심었지.






잔인한 4월의 꽃샘추위



씨앗을 사러 읍내 종묘사 찾아가는 길.

비 온 다음날이라 깨끗한 날씨인데

바람 엄청 찼다.

관자놀이 신경이 시려

공연히 뜸한 버스를 나무랐다.


꽃샘추위였다.

농사의 중요한 기준점 중 하나 이리라.

꽃샘추위까지는 모종을 보관했다가

추위가 지나서 심어야

작물이 얼어 죽지 않긴 하겠다. 


텃밭에는 당장 먹을

얼갈이, 비트, 무.


동산에는 두고두고 캐 먹을

당귀. 도라지, 더덕.


당장 먹을 것은 모종을 사고

씨 뿌릴 것은 씨를 뿌리고

심을 것은 심어 놨으며

일부 씨앗은 집에서 발아를 시켜 놓았다.




꽃샘추위가 지나 씨를 뿌리고

모종도 옮겨 심으니 기분은 쾌청했다.

난 자연주의 농법을 구가하는 인간이라.

그냥 뿌려 놓고 몰라라 한다.


귀농일기가 되든 산골 일기가 되든

우린 모르겠고, 

정서에 좋으니까 그냥 가는 거다.

필 받았을 때는 다 이유가 있겠지.

나머지는 몰라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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