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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01. 2020

와인 재발효 양파

어느 화가의 밥상 19





소스라칠 발효의 세계



시간이 오래되어 묘한 맛을 내는 것이

발효의 묘한 세계이다.

인위적으로 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가치가 높다 하겠다.


서양의 대표적 발효 음식은

와인과 치즈이다

부르고뉴의 프러미에 크뤼급 와인은

정말 부러운 문화다.

우리에게 그런 와인과 비견할 만한 것은

역시 장이다. 장 증에서도 간장.

종손집 씨간장 한 독이 일억 이천에

팔렸다는 기사가 괜한 게 아니다.


발효 음식으로는

한국을 따라갈 나라가 없을 정도로

한국에는 지역마다

독특한 재료의 발효 음식들이 있다.

음식 문화가 별로인 강원도 조차

가자미식해라는 훌륭한 발효 음식이 있으니.




한국에서는 한국학을 배울 때

한국에만 있는 가장 한국적인 맛인

코를 톡 쏘며 뻥 뚫리게 하는

평생 잊지 못할 체험을 안겨주는

홍어찜을 겪었다.


프랑스 가서도 프랑스 친구가

맛의 고장 도르도뉴의 중심

페르귀에의 유지인 덕에

오리지널 프라그라(거위 간 요리)가

입에서 마술 같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부르고뉴에서 

세계 최고급 와인 클래스의 맛도 느껴 봤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전통 장의 재현을 위해 조선 된장과 

간장을 직접 만들어 만족도 했다.


이제 하나 더 보태야 되겠다.

와인 재발효 양파.





재차 발효된 

극한 발효의 자극 체험!



어려서부터 허약해서 집안에 걱정거리였다. 

그러기에 평소 건강을 챙기는 데 신경을 썼다.

양파를 와인에 담갔다가 건져내 복용하면

좋다는 정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시도해 보았으나

맛이 와인 맛도 버리고 와인에 젖은 양파가

입에 달라붙을 리 만무하다.

버리자니 그렇고 냉장고에 그냥 처박아 놨다.


냉장고 정리하며 와인에 담갔던 양파 통을 

열어 봤다. 양파가 완전 삭아 있었다.

먹을 수 있으려나 하는 의구심에 

조금 띠어내 맛보았다.

내 능력으로는 그때의 그 놀라움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다.

루비 닮은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다면 

그럴싸할까?


이것은 공개하고 싶지도 않은 어떤 것.

그러나

직접적인 체험을 맛볼 수 있기에

알려 줘야 하는 것.

놀라도 

책임질 수 없는 미각 체험의 세계.


극한의 세계를 접한 자는

나머지를 평할 수 있으리니,

체험을 통해 한 순간에

저절로 다 알게 되어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에 양파를 썰어 담가 넣고

양파가 와인을 삼분의 일만 먹게

뚜껑을 닫아 하루 만에 건져 낸다.

아직 양파 맛도 와인 맛도 따로 논다

이때 결정을 잘해야 한다 

버릴지 냉장고에 쳐 박아 놓을지를.

한 달쯤 뒤에 시식한다.


반드시

느끼한 고기나 튀김 종류와 같이 하기를...

그 묘령의 극한 발효 물질만이

날뛰게 해서는 감당이 안 된다.

그러나 어떠한 니글거림도

소량의 이 물질이 평정할 것이다.


발효된 와인의 신맛이

양파의 매운맛과 어우러져

재발효 되어 창출된 

아주 자극적인 극한 발효 엑기스이니까.




조선 장처럼 까다로운

여러 과정과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요,

홍어찜 마냥 암모니아도 아니다.

단지 알코올 발효

양파의 성분이 와인과 더불어

재차 발효된 극한 발효의 세계일 뿐이다.


극한 발효의 세계를 체험을 권해 본다.

난, 체험주의자이니까.

말이 필요 없는 세계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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