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21
4월에 멋도 모르고
머위를 호박인 줄 알았던 때가
한 달 반 전이다.
지금 생각하면
먹을 줄도 모르고 해프닝만 했었지.
이제 머위를 알고 놀라워하고 있다.
들깨 머윗대 국
"머위 멸치국물 어간장
들기름 들깻가루 버섯 가루
밥 한 숟갈 말아먹으니
든든하도다."
동창이 올린 글이다.
오래전 여름에 전주 출신 대학 선배 집에 가서
밥 먹기 전에
시원한 들깨 국에 뭔 줄기가
썰어져 들어간 것을 처음 맛본 적이 있다.
슴슴한데도 하도 인상적인 식감과 맛이었기에
뇌리에 박혀 있다.
그 정체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줄기는 머위대였던 것이다.
그리고
시원하게 내온 것을 더운 복 중에 떠먹어서
들깨 가루를 찬물에 그냥 풀은 줄 알았다.
그 만드는 방법도 이제 알게 되었다.
머위대 껍질을 죽죽 까내고
위에 동창이 얘기한 재료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야 한다는 것을.
들깨 머윗대 볶음
들깨 머위대 국을 많이 해 놓으면 좋은 이유가
내심 따로 있다.
머위대를 건져내서 볶음을 해서 먹을 수 있으니까.
볶을 때도 물론 궁합이 맞는
들깨가루와 들기름을 쓰는 거다.
들깨 머윗잎 국과 볶음
들깨와 머위대의 궁합을 알았으니
머위잎과 들깨와도 궁합이 맞으려니.
시도해 봤다.
큰 머위잎을 삶아 쓴 물은 버리고
머위잎을 부들부들하게 만들어 국을 하고
그것을 다시 볶기도 하는 거다.
머위는 초봄부터
폭풍 성장을 하는 고마운 애다.
이 맛있는 식재료가
가을까지도 먹을 수 있다니
환호가 절로 나온다.
머윗잎과 머윗대의 소중함은
뿌리를 말려서
다려 먹으려던 생각을 접게 한다.
뿌리를 캐면,
내년에 줄기를 어찌 먹누?
들깨 머윗대 국
들깨 머윗대 볶음
들깨 머윗잎 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