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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17. 2020

전시 뒤풀이 2 / 낙원동 언저리

어느 화가의 밥상 23





개인전 오픈 다음날

대학 동기 화가 친구들

그리고 특전사 출신의 스킨 스쿠버

다이버들과 뒤풀이를 했다.


인사동에서부터 낙원동 언저리까지 섭렵.

구석구석 잘도 아는 술꾼들이다.

다 건강 체질이라

따라가려면 몸을 사려야 한다.




1차는 

인사동 막걸리 전문집

들어가는 입구 포도 넝쿨에 포도가 열렸다.

그거 하나로 운치 점수 많이 주게 된다.

막걸리는 몇 가지 시켜 봤는데

잣 막걸리가 깔끔 무난했다.

안주는 메밀 부추전과 숙주나물볶음.

메밀 부추전은 처음 맛보는 것이었는데

상당히 괜찮다. 

토속적이면서도 고급스럽다.

숙주나물은 언제나 

입을 깨끗이 정화시켜준다.

간이 세지 않아 

재료의 맛을 만끽할 수 있었다.




2차는

이구동성으로 낙원동 끝자락의 홍어집.

탕이 먼저 나오자 

홍어탕은 뜨거울 때 먹어야 

그 향을 만끽할 수 있단다.

삭힌 홍어애탕의 진가를 알고 있는 그들이다.

나는 그 감동의 탕 앞에서 선언하고 말았다.

이것이 최고의 한국적인 음식이라고.

내심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홍어집 창문에 쓰여 있다.

'발효 음식의 최고봉, 홍어탕' 


홍어찜을 처음 처음 접한 것은

젊어서 막내 삼촌을 따라 간 인사동에서 이다.

한옥집이었고 실내는 

암모니아 냄새로 진동했었다.

팍 삭힌 홍어가 

코를 뻥 뚫어 주는 것이 신기했었다.

집안의 말썽꾸러기 막내 삼촌이 

내게 유일하게 기여한 것이 

홍어 체험을 시켜 준 것이라니!

한국적인 기인한 맛의 세계가

캐나다로 이민 간 말썽 많고 유별났던

막내 삼촌을 생각나게 한다.


이어서 나온 삼합의 돼지고기가

아주 고소하고 연하기도 하지.

다음은 신김치와 양념에 주목하게 된다.

된장 양념은 짜지 않은 묵은장이고

짜게 먹을 사람을 위해 소금도 같이 있다.

난 이것이 손님에 대한 배려라 생각한다. 




3차는

산악인들이 사랑하는 해산물 집이다.

이 집의 주메뉴는 돌멍게와 딱딱한 딱새우다.

그날은 전시 축하한다며 

산낙지도 따라 나왔다.




4차는

화가들만 남아 옛날 통닭과

레드 생맥주를 앞에 놓고

그림 얘기를 진지하게 나눴다.

그제야 속내를 다 토해낸다.




점심때에는

인사동 밥집들에 웬 화가들이 그리 많은지.


낮에는 

익선동이 젊은 아가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밤에는 

길 건너 낙원동에 술꾼들로 넘친다.


새벽녘에는 

낙원동 60년 전통 소문난 해장국집에 

다 노친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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