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젓국 찌개를 어려서는 자주 먹었는데
그것이 대중적인 음식이 아닌 것을
커서야 알았다.
엄마가 개성 사람이라 새우젓을
많이 쓰셨지 싶다.
소화 잘 되고 속을 시원하게 처리하는
젓국 찌개 먹고픈데
하는 식당을 찾을 수가 없다.
직접 해 먹는 수밖에 없다.
호박 철인 초여름 유월 말에 해봤다.
뜨거운 호박을 호호 불어가며
씹는 맛은 즐거운 일이니
호박을 굵게 썰어야 한다.
새우젓 그대로는 너무 짜게 되니
물에 담갔다가 짜내서 넣어야
새우젓도 많이 넣을 수 있다.
호박이 물러지지 않아야 하니
새우젓으로 국물을 먼저 우려내고
호박은 나중에 넣는다.
새우젓, 조선호박, 마늘, 파, 고추가
들어가는 간단한 것인데
통 어머니 맛이 안 난다.
근데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
엄마 살아생전에는
엄마 밥상이
당연히 늘 있는 것인 줄 알았다.
돌아가시고는
그것이 그때만 있었던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니!
그 특별함에 맛있다는 말은 불구하고
잘 먹었다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월
음식을 접하며 회한에 젖어도
해결될 문제는 아님을 그때는 몰랐다.
그런 자식을
매 끼니마다 챙기고도
일언반구 내색이 없었다는 것이
사랑의 미스터리한 속성인가?
하늘나라 가서 뵙게 되면
먼저 물어봐야 되겠다.
대체 그 단순한 새우젓국 찌개를
어떻게 만드셨길래 그 맛이 났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