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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28. 2020

무의도 3 / 우리 콩 손두부

어느 화가의 밥상 L






무의도에도 맛집이 있을 줄 몰랐다.

두부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하여간 정신 줄 놓고 먹었다는 표현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하도 맛있다 보니 

주방을 관찰하기에 이르렀다.

주인아주머니 부부가 하는데 

아주머니가 요리하고 

아저씨는 설거지 담당이다.

아주머니는 도마 앞에서 

아주 조용하게 섬세한 동작을 

하고 계셨다.

말을 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두부 자체만 맛있는 것이 아니다.

상추 옆에 있는 쌈장을 주시했다.

쌈장에는 집 된장에 뭔가 들어 있었다.

그 맛이 또한 그리 짜지도 않고

과히 일품이었다.

서빙하는 아가씨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주인아주머니를 가리킨다.

조갯살을 썰어 넣은 거란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일품 조갯살 넣은 쌈장.

두부에 대해도 여쭙고 싶었으나

또 뭐가 나와서 타이밍을 놓쳤다.

햇감자 부침이. 

정신없이 먹었던 속을 차분히 가라 앉힌다.




식당 한편에서 유흥이 시작되었다.

유흥 사회 보는 친구가

넌지시 고량주 몇 병을 꺼내 놓는다.

하얼빈 백주란다.

도수는 높지만 맛이 순하다.

즉 고급 고량주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애들은 있을 때 마셔야 하는 거다.

언제 동이 날 지 모르니까.


동창회 부회장은 술안주와 수박을 차려 놓는다.

안주는 질 좋은 것들이요.

수박은 설탕물을 부은 듯 달았다.

소주는 나눠 마시지만

이런 고량주는 몸이 알아서 원샷을 한다. 




일찍 이동하여 서울에 고깃집에 도착했다.

저녁 먹기에는 소화도 아직 덜되었고 이르다.

이런 경우,

비빔냉면부터 먹어줘야 하는 거다.

고기부터 먹는 것은 

없을 때 생긴 가난한 습관이다.


냉면은 이북에서는 

식초나 겨자를 넣지 않고 먹는다.

담백한 이북 음식이

남한에 내려와 고생한다.

식초와 겨자에 범벅을 시키니...

그 원인을 생각해 보니

양장피에 겨자 소스가 어울렸다는 생각이

뇌리에 각인된 영향이 아닌가 싶다.


냉면에 돼지 숯불구이를 얹어 먹으니

둘 다 산다.

처음 들어와 숯불부터 봤었다.

참숯이라 안심한 터이다.

보통은 겉은 멀쩡한 식당에서

찍어내 만든 인조 숯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건 다이옥신 덩어리를 돈 주고 먹는 격이다.

절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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