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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01. 2020

순종적인 여인 같은  
부드러운 깻잎조림

어느 화가의 밥상 32






깻잎의 계절


남자들의 로망은 여인의 순종일 것이다.

그러나 로망은 로망일 뿐 

현실적인 일은 아니다.


여인들 자체도 모르는 것을

바란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

고로 남자는 헛된 꿈을 쫒다 

인생을 마감하곤 한다.


그러나 깻잎의 경우는 틀리다.

그 톡 쏘는 특유의 향을 가진 애가

삶아만 주면 

온순한 부드러운 여인으로 탈바꿈한다.

그 향이 고루 퍼져 

남은 국물에까지 미친다는 것 또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6월 말부터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의 

온도는 깻잎이 싹트기 좋은 듯,

여기저기 다투어 고개를 든다.

바야흐로 깻잎의 계절인 것이다.

장마 끝나고 7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깻잎 세상이 되어 버린다. 


7월 제철 음식으로 깻잎을 빼놓을 수 없다.

깻잎은 쌈으로도 좋지만

거센 잎을 많이 먹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럴 때는 찌듯이 조리는 것이 상책이다.




깻잎과 멸치와 조선간장(혹은 액젓)의 조합은

그 무엇보다 탁월하다.

그 기본 세 가지 조합만 알면

요리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멸치 물이 끓으면

양배추나 양파를 깔아주고

그 위에 양념간장을 서너 장 간격으로 

대충 무친 깻잎을 투하하고 뚜껑을 닫고

중간 불에 조리면 되는 것이다.


양념간장에는

다진 마늘과 생강과 들기름 조선간장,

고춧가루, 매실청이 들어간다.

조선간장이 떨어져서 

있는 갈치 액젓으로 했다.




깻잎을 한 장씩 밥에 얹어 먹는 

이맛을 들이면

다른 것이 없어도 한 끼 잘 먹게 된다.

우리가 평소 먹던 것이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될만한 

훌륭한 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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