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31
지금 한창 감자들을 캐고 있다.
집사람이
아랫동네 감자 심을 때 도와줬다고
햇감자를 한 박스 들고 들어왔다.
무의도 다정 식당서
먹어 본 인상이 남아 있으니
한 번 해봤다.
감자를 잘게 채 썰어 밀가루 물에 넣어 섞어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부치는 거.
아무 양념도 필요 없다.
감자 고유의 신선도를 느끼는 거다.
슴슴함을 느끼기에
감자만 한 것이 있을까?
초등 동창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감자를 채 썰어 찬물에 헹궈
채 바구니에 받쳤다 하면
전분이 빠지고 식감도 아삭하다고.
곁들여 양파도 함께 채 썰어 넣어도 좋다고.
양파랑 감자를 함께 믹서기에 갈고
밀가루 더하고
청양고추 썰어 넣어 부쳐도 좋다고.
감자 깎는 칼로 깎으면
얇으니까 더 바삭하다고.
선수들은 많은 요령들이 생겼겠다만
난 기본만 해도 스스로 자랑스럽다.
하다 보면 필요에 의해
이렇게 저렇게 하게 되겠지.
문제는 당장 양파도 없고
청양고추도 감자 칼도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