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33
깻잎조림 후 깻잎을 덜어내 반찬으로 먹고
남은 양념국물에 물을 붓고
고기와 넣고 싶은 것을 첨가하면
깻잎 향이 서린 멋진 탕이 된다.
깻잎 조림을 만들어 먹고
거저 생기는 놈치고는 그럴듯하다.
난 냉장고에 있는 것 뭣이든 넣는다.
햄도 남은 반찬도 깻잎 향이 다 커버해준다.
그런 면에서 깻잎은
잡탕 같은 내 성격에 맞는 친구이다.
검색해보니 깻잎 들깨탕은 있어도
이런 잡탕은 없다.
내가 개발한 음식이 되는 것인가?
하여간 내 취향에는 맞는 놈이다.
말 그대로 잡탕이니
생각나는 대로 넣을 수 있는 자유로운 탕이다.
복날이 다가오니
냉장고에 돌아다니는 훈제 오리와
양평 친구가 보내준 약재도 넣어 본다.
헛개 열매와 가시오갈피.
이것저것 넣어 맛은 잡히는데
뭔가 허전해.
그래서 텃밭에 달려가 얼갈이배추를
좀 속아와서 넣어 끓였다.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간장이나 젓갈 베이스의 탕에
얼갈이배추가 들어가면
배추의 구수한 맛이 극대화되어
배추에서 고기 맛이 난다는 것.
이로써
낙원동 60년 전통 소문난 해장국 집과 비교할 때
그 집 해장국보다 더 맛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