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35
깻잎으로 할 수 있는 음식을
깻잎 잡탕까지는 개발했는데
친구가 조언을 준다.
깻잎 듬북 넣은 감자탕도 해 보라고.
그렇지! 감자탕도 있었군.
감자탕에 깻잎이 궁합이 잘 맞지.
감자탕이야말로 깻잎탕의 원조겠다.
감자탕은 감자 넣지 않고도 감자탕이다.
감자탕에 들어가는 돼지 등뼈를
감자 뼈라고 한다.
감자 뼈는 뼈 안에 감자라는
척수가 있기 때문이다.
척수는 뇌와 같이 중추 신경이라서
허연 고소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자탕에는 들깨도 듬북 들어가고
돼지 등뼈가 들어가
거의 보양식 수준이다.
프랑스 애들도 돼지 등뼈를 먹긴 하는데
흔치는 않고 우리 감자탕에 비하면
그건 음식도 아니다.
뼈를 우려먹는다는 계념이 없기에.
감자탕의 구조는 해 보고 알게 되었다.
세 가지 요리의 합인 것이다.
첫째는 돼지등뼈 양념탕
둘째는 우거지나 얼갈이 양념무침
셋째는 들깨 깻잎탕의 재료
순서대로 끓여가며 첨가해서 완성되는
복합적인 요리이기에 맛도 그러하다.
내가 해장국으로 개발한
깻잎 잡탕과의 차이가 뭘까 하고 생각해 봤다.
베이스가 틀리네.
깻잎 잡탕은 양념간장 내지는 젓갈이고
감자탕은
첫 번째 돼지등뼈 양념에는 된장이 들어가고
두 번째 우거지나 얼갈이 양념 무칠 때는
간장으로 한다.
나는 간장과 얼갈이배추의 조화와
된장과 시래기의 궁합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고로
감자탕은 된장이 베이스이므로
시래기를 넣어야 된다고 본다.
맑게 먹을 거면 간장 베이스로 하되
얼갈이배추를 넣으면 될 터이고
묵은지로 향토의 맛을 구가하려면
간장과 된장을 다 사용해도 무방하겠다.
그런 건 기본을 해 먹은 후에 해 볼 일이다.
하여간 갖은양념 다 들어가고
깻잎과 들깨 가루는 마지막에 넣어 주면 된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감자탕을 잘 안 해 먹는 이유는
등뼈를 물에 담가 핏물을 장 시간 걸쳐 빼주고
양념물과 등뼈를 오래 끓이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정이 번거로워서 인 듯.
나는 화가라 자유로운 영혼이니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