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맛
동기 화가 중에 화단에 제일 알려진 친구는
미니멀 작업을 하는 장승택이다.
한동안 자기 세계에 너무 깊이 빠져 있어
소통이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안타까워서
그림 방향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었다.
이제는 그 늪에서 빠져나와
내년과 내후년까지 개인전이 잡혔다고
한턱을 쏘기까지 한다.
반갑기가 그지없다.
작가들은 전시회를 잡아가며
작품 표현이 무르 익곤 한다.
마감날이 있어야 게으름을 이겨내고
할 수 있는 것이 인간 심리 아니겠는가.
몇몇 멤버들이
다른 동기 친구가 운영하는
프라이빗 맛집 WYWH에 모여
즐거운 대화들을 가졌다.
동기 중 인품에 있어 추앙받는
복학생 형도 참석한 자리였다.
그리고
그 복학생 형의 철학을 알 수 있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자였던 것이다.
WYWH의 메뉴는 늘 정성이 가득하다.
가성비 좋은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숭어 어란부터 시작했다.
12월에도 채집이 가능하다는 달래를
미역에 싸 먹고.
도미회와 차조기에 싸 먹는 제철 방어회.
그 집 딸도 미식가이며 요리가이다.
그날따라 반가운 김치가 있었다.
딸이 해주었다는 김치계의 황후, 보쌈김치.
보쌈김치는 그 익은 시원함으로 먹는 것인데
너무 익어 맛이 가려고 한다.
멤버가 가져온 술 중에
향이 좋은 고량주도 있었다.
그렇게 향이 강한 고량주는 처음이다.
속 좀 풀라고 마지막에 나온
이탈리아 만둣국, 라비올리와 어울렸다.
마지막에 입가심으로 나온
단순한 김밥과 초밥이 영감을 준다.
초밥에 집에 남은 무엇이든
싸기만 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