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사는 재미 / 생존 밥상
A 초등 동창이
황태 미역 떡국 사진과 글을 보고
찹쌀 새알심을 사서 해 먹으란다.
찹쌀가루 있으니
그거로 동그랗게 빚어서 넣을 생각을 했다.
B 동창은
찹쌀가루는 뜨거운 물로 익반죽 하란다.
익반죽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다.
사전 찾아보니 날반죽의 반대말이다.
A 동창이
찹쌀 100%는 풀어져서 안되니
맵쌀 가루 일부 섞여야 한단다.
맵쌀 가루가 없다 하니
B 동창이
쌀 조금 불려 믹서기에 갈면 된단다.
소꿉장난 같은 대화지만
새알심 안 사고 해낼 수 있으면
생존 밥상에 어울리는 테마이다.
C 동창은
부산 가정집에서 먹어봤던
갈치 미역국 생각이 난다 했다.
이건 또 무슨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인가?
냉장고 구석에 토막 낸 갈치가 잔뜩 있는 걸
어찌 알았을까?
찹쌀 새알심은 하얗고 깔끔한 맛이다.
갈치도 하얀 속살이다.
찰떡은 밀떡이나 쌀떡에 비해 확연히 다르다.
갈치 미역국과 덜어 놓은
찹쌀가루가 남았길래
맵쌀 안 넣고 새알심 만들어
실험 삼아 해봤다.
재수 좋게도 퍼지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찹쌀가루를 평생 처음 써 봤다.
이제 단팥죽에 작은 새알심도 넣어
해 먹을 수 있게 된 거다.
앙꼬 들어간 찹쌀 도넛과 꽈배기도.
옹심이란 말은 익히 들었으나
새알심이란 단어를 처음 알았다.
사전에는 옹심이가 방언으로 되어 있으나
어원적으로는 옹심이가 먼저 나왔고
새알심은 형태를 보고 그 이후 만든 것임을
추정해 볼 수 있겠다.
'옹'이란 어근은 '알'이나 '땡'과 상통하는
동그란 '공' 모양의 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알은 확장되는 형태를 의미하고
옹이란 축소되어 형성된다는 차이가 있다.
옹은 알과 더불어 우리말 근원의 가장 중요한
단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