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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24. 2021

튀니지안 블루와 마조렐 블루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컬러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컬러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컬러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컬러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컬러 이야기'



"건축물에 있어 인지도는 

형태보다 색채가 최소 75% 이상 차지한다."


미국 어느 연구소에서 

연구 발표한 내용이다.




건축에서,


크기는 이성을 마비시켜 

입을 벌리게 하고


형태는 호기심을 자극하여

끌리게 만들고


컬러는 감성을 자극해 

깊이 심취하게 한다.







지중해 연안

[튀니지안 블루]




튀니지는 옛 카르타고의 본거지다.

한니발 장군 로마 원정의 출발지이다.

한니발은 요새로 치면 전차 군단에 해당하는

코끼리를 끌고 알프스를 넘어가

오랜 기간 로마를 쑥대밭으로 만든

발군의 인물이었다.

왜 이태리 전역을 다 휩쓸었는데

로마 도시만은 손을 안 댔는지? 미스터리다.

포에니 전쟁을 거치며 카르타고가

패망하면서 시련은 시작된다.

카르타고는 해상교역 요충지이고 

비옥한 토지에 농업 생산력까지 갖춘 까닭에 

시대별로 수많은 문화가 그리로 들어간다.


고대 로마인들은 카르타고 시민을

‘아프리(Afri)’라고 불렀고,

아프리카는 

‘아프리(Afri)가 사는 땅(~ca)’을 일컫는다.

로마는 카르타고 점령 후 속주화시켜

‘아프리카주(州)’라고 했다.


아프리카라는 명칭의 기원이 튀니지에 있으니

유럽인 시각에서는

튀니지는 ‘아프리카’의 출발지이고

아프리카의 관문인 셈이다.




튀니지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것은 

1956년이다.

19, 20세기 프랑스의 예술가들은

휴가를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로도 많이 갔다.

수도 튀니스 인근 소도시이자

‘북아프리카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시디부사이드(Sidi Bu Said)를 찾은

예술가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파울 클레, 앙드레 지드,

생 텍쥐페리, 알베르 카뮈,

시몬 드 보부아르, 모파상 등 한둘이 아니다.

파울 클레는 이 지역을 방문한 후

컬러에 눈을 떴고

그래서 그의 그림이 있을 수 있었다. 

프랑스 철학자와 문인들은 

시디브사이드 중심부에

그들의 아지트인 '카페 데 나트'에서

신비한 푸른색의 바다와

파란 창틀을 끼운 하얀 집들을 보며

‘튀니지안 블루’를 이야기했다.

‘튀니지안 블루’라는 말은

이렇게 오랜 영욕의 세월 끝에

프랑스의 지성들이라 불리는

예술가들에 의해 태동했다.






지중해 연안에는 창틀과 문을

푸른색으로 칠한 마을들이 있다.

그중에 제일 유명한 곳은 그리스 산토리니이다.


색채 체험 하기에는 

벽까지 푸른색인 것이 더 좋다.

전신으로 온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그리스보다는 

벽까지 푸른색으로 칠해졌으며 

아랍의 전통을 느낄 수도 있는 

모로코가 여러 면에서도 더 나으리라.


더 나아가서는

튀니지에는 천정까지 온통 칠해진 곳이 있다.

컬러 체험과 아랍 전통과 낙타 타고 

사막의 경험도 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모로코보다 튀지니에 한 표 더 주고 싶다.







카페 드 나트   







튀니지 북부

카르타고








튀니지는 지중해 주요 요충지 중 하나이다.

파리 생활 7년 중에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은

튀니지의 카르타고 여행이었다.




계절은 여름이었다.

지중해 기후라 건조해서 끈적임이 없었다.

현지 어린이들이 파는 

하얀 재스민 꽃다발 뭉치의 향기가

아직도 은은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로마 유적들이 즐비했지만

나는 해안가 전통 마을 속에 젖어 있었다.

마을 전체가 

엷은 붉은 기를 띤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심지어 집안 계단 바닥과 

부엌 구석까지 다 온통 그 색이었다.

보랏빛은 

사람에게 약간 환각성을 주는 컬러이다.

그 생활 색채 체험 속 묘한 느낌은 

잊을 수 없다.

근데, 사진을 통 찾을 수가 없으니.

















튀니지 북부

시디부사이드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가까운 북쪽에 

'시디부사이드'. 

이 도시의 파란색을

튀니지안 블루라고 칭하지만

산토리니 블루와 컬러 차이가 별로 없다.

진한 색은 코발트 블루보다는 약하다.

엷은 색인 것이 딥 스카이 블루 정도이랄까?


카르타고의 엷은 붉은 보라색보다는

신비로움이 덜하다.

비슷해 보여도 지역에 따라

안료(피그먼트) 가루의

공급원이 틀리기 때문일 것이다.




내외벽 장식하는 컬러를 쓰는 노하우는 

넓은 면은 엷은 색으로

좁은 면은 진한 색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면 웬만하면 멋지게 된다.

시디부사이드의 대문들은

그런 방식으로 처리되어 있다.

그들의 문의 문양은 검은 못으로 주로

장식되어 있고 그 문양으로 그 집안의

종교 성향을 알 수 있다.




















튀니지

카이로우안








카이로우안의 구시가지(메디나)는

3㎞가 넘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성벽 곳곳에는 각종 형태의 성문이 나 있어

여전히 역사의 무게가 느껴진다. 

구시가 어디에서나 미나렛과 

모스크 둥근 지붕의 스카이 라인을 볼 수 있고

많은 우물과 분수를 찾아볼 수 있다.


고대 벌집 모양의 골목길에는 

굉장히 많은 집이 있으며 시장도 있어서 

아직도 전통적인 도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구불구불 얽힌 도로 양면에는

안뜰이 있는 집들도 잘 보존되어 있다. 

집들 외부 벽에는 몇 개 안 되는 작은 창문이나

아치형 출입구가 있지만, 

벽 안쪽에는 중정을 두고 있어 

일단 안에 들어서면 넓고 개방감이 든다. 
















모로코 북부

셰프샤우엔








모로코를 가게 되면 카사블랑카 보다는 

북부 산속에 숨겨진 파란 마을,

'셰프샤우엔'이란

소박한 도시가 좋을 듯하다.

푸른색 칠해진 곳에서 며칠이라도 

색채 체험을 할 수 있기에.


더도 말고

한 5일 정도 살아봄직한 곳이다.

느끼면서.









































그리스 크레타 섬 북쪽 작은 섬

산토리니









지중해 그리스에 크레타 섬 위에 작은 섬,

산토리니는 

벽은 흰색 

그리고 집의 돔과 문과 창틀은 

진 푸른색 포인트로 칠해져 있어 

유명한 관광지이다.









마라케시 '이브 생-로랑' 집의

[마조렐 블루]




마조렐 정원(Jardin Majorelle)은

마라케시의 특별한 장소다. 

이 정원은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이 가장 사랑했던 곳으로 

그는 늘 이곳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이 정원은 1924년 프랑스에서 건너간

화가 자크 마조렐이 설계했다. 

1947년에 대중에게 개방된 이후 

마라케시 여행객의 필수 코스가 

될 정도로 인기 높은 곳이다. 

1980년 이후 이 정원은 이브 생-로랑과 

그의 후원자이자 동성 연인으로 알려진 

피에르 베르제의 소유가 되었다. 

2008년 이브 생-로랑이 죽자 

그의 유해도 이곳에 묻혔다.


이브 생-로랑이 죽은 기사가 나온 날,

나는 파리에서 '장-필립 랑클로' 교수와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랑클로 교수는 컬러계에선 세계적인 대가로

나와 현대건설 색채 매뉴얼 프로젝트 일을

같이 하고 있었다.

랑클로는 이브 생-로랑이 천재적이었다며

죽은 것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누구나 죽는다고 위로해 주었다.






마조렐 정원









천재 디자이너가 사랑한 정원은 

복잡한 마라케시 속의 오아시스 같다

특별한 색감의 코발트 블루는 

상상 너머의 것들이고,

코발트는 그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곳의 코발트 블루는 

정원을 만든 화가의 이름을 따서

'마조렐 블루(Bleu Majorelle)'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다.

진한 블루 중에 선명도가 유독 높은

컬러가 코발트이지만

건물에 이렇게 적용한 사례가

없어서 일 것이다.


자크 마조렐을 이 도시에 주저앉힌 것도

이 도시의 생생한 색감과 

생동적인 거리 생활이었단다.

이브 생 로랑 역시 

"마라케시를 방문하기 전엔

모든 것이 검은색이었다.

이 도시는 나에게 색을 가르쳐 주었다"라고 했다.

여기서 이 도시란 마라케시이다,

마라케시의 도시 컬러 이야기는

나중에 이야기 얘기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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