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2 / 국립중앙박물관
렘브란트 그림을 보고자 했다.
'프란더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가
루벤스의 그림을 보고자 했던 심정이
그러했었을 것이다.
루벤스의 작품에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볼 수 있는 감식안이 생겼지만,
인간적 푸근함으로는
렘브란트의 작품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그것을 알게 된 것은
루브르 박물관을 수도 없이 관람하고
최종적으로 모나리자와
베르메르의 '레이스를 뜨는 여인'
렘브란트의 '목욕하는 밧세바 여인'이 추려졌고
시간이 흐르며 푸근하게 다가온
최후의 작품은 렘브란트였다는 결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렘브란트 초상화' 한 점이 가진 위력이
어떤 것인가 말이다!
하물며,
'렘브란트 초상화'가 '밧세바 여인'보다
더 렘브란트를 대표할 그림이다.
영국 내셔널갤러리는
르네상스 작품부터 소장하고 있는 듯하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를 꼽았지만
작품이 없는 관계로 그들의 어록 중
한 문장 씩 써놓았다.
미켈란젤로의 신 앞에 굴복이 서린 문장에서
신앙심의 진정성과 겸손함이 엿보인다.
이 작은 그림의 특징은
정교함이나 좌우의 퍼스펙티브 구도 이전에
외곽 기둥의 밝은 컬러이다.
저 정도의 밝고 맑은 컬러라면
틀림없이 유화가 아닌 템페라화이다.
그 점을 유심히 보면서
르네상스 섹션을 둘러보고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려는데
마지막에 템페라와 유화와 튜브 물감에 대해
정리한 짧은 동영상이 있었다.
시대에 대한 총체적 검토를 한
기획이 돋보인다. 영국 답다.
모든 창조물과 작품은
형태와 컬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평소 내 주장이다.
이 전시에서 형태와 컬러에 대해
이론적으로 정리되어 밝히고 있어서
반갑다. 그리고 기획에 신뢰가 간다.
이 여인의 초상이 전시된 방의
모든 시야를 흡수한다.
그만큼 강력한 포스를 뿜는 그림이다.
강렬한 눈빛과 컬러풀한 선명한 옷이
한 몫하지만
표현법을 더 유심히 보면
관자놀이 부분을 칙칙한 컬러로 처리한 것을
주의 깊게 본다.
그 부분만 보면 칙칙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다른 선명한 부분을 살려주고
푸른색이 도는 피부의 정맥 느낌을 준다.
전체를 위한 희생의 부분인 것이다.
이 초상화의 작가는
성당의 성화 작가로
베네치아에서 활동하며
같은 베네치아 파인
유명한 티치아노의 기법을 추종한 인물인
'틴토레토'이다.
틴토레토 그림의 특징은 율동성이다.
이 그림은 초상화이다 보니
율동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