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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pr 25. 2024
한국의 건축 1 / 종묘 정전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핵심 미술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한국의
건축
1
숭고한 아름다움
종묘 정전
한 때 몽골 답사 한참 할 때,
그쪽 인사에게
지금 바이칼 호수 근처에
몽골이 같은 민족으로 여기는
브리아트족들이 살고 있다고 들은 바 있다.
학자들은 브리아트를 차음해서
기록한 것이 부여라고 한다.
부여에서 고리족들이 나와
주몽이 만든 나라가 고구려(맥고리)이다.
고구려나 고려의 '려'는
나라 이름 일 때는
'리'로 발음한다고 오래된 자전에 적혀 있다.
그래서 요즘 학자들은
고구려는 고구리로 고려는 고리로
고쳐 부르고 있다.
어려서 할머니가 옛날을 말씀하시며
자주 사용하시던
''고리 적에... '' 하는 말씀의 고리가
고려 시대였던 것이다.
대륙에 있던 고리의 도읍은
고리 말에는
북경에서 심양으로 이전해 있었다.
고리의 최영 장군은 강경파로
명나라와 맞서 싸우고자 했고
이성계는 회군을 하여 쿠데타에 성공한다.
조선은 건국 자체부터
문제가 있었다 본다.
그 광대했던 무역 강국 고리(고려)를
남경에서 출현한 명나라에게 다 내주고
명나라 밑으로 들어가 농경만 하고
왕권 보존만을 목표로 했으니 하는 말이다.
2018 년 국보로 지정된 '삼국사'와
2021 년도에 보물로 지정된 '고려사'에
에 근거한 얘기이다.
게다가 대륙에서 명은 동북공정과
역사서 재제작에 들어가고
조선은 조선초 80년간 분서갱유를 한다.
조선실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성계가 조선이란 나라를
한반도에 세우며
대륙에 있던 지명들도 가져다 쓰게 된다.
이주를 하면 이주자들은
전에 살던 곳의 지명을
새 이주지에 붙여 사용하곤 한다.
유럽인들이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이주해
아메리카에 유럽 지명을
쓴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것이 한반도의 지명들이
대륙과 같은 지명이 많은 이유이다.
환웅 시대부터
치우천왕과 화하족 皇帝가 아닌 黃帝와
전투를 벌인 역사로 미루어
고리족과 화하족과는 오랜 전쟁 파트너였다.
고리를 화하족 입장에서는
항상 동쪽 대륙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동이'라고 기록하고 불렀다.
늘 고리족이 우세했지만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명나라가 처음이다.
신라 김 씨 후예 누루하치가
여진족을 통일하고 후금을 세우고
그의 아들 홍타이지가
명나라를 누른 후 청나라를 건국한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고리족이 멸망 안 하고 존속한 것이
자청해서 조선이
명나라의 속국이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조선 왕조 태조 이성계는
건국이념을 유교로 정한다.
서울을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풍수지리를 보는 무학 대사에 자문하고
성리학적 이상사회를 추구하는
유학자 정도전을 기용했다.
바람은 피하고 생명수는 득한다는
방풍득수(防風得水)의 풍수가 고려되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즉시 등산이 가능한
이런 친자연적 환경의 캐피털이
세계적으로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그들이 정한 캐피털 서울은
급경사의 숫산인 백악을
랜드마크로 한 도읍이었다.
이성계는 개국 프로젝트 1호로
종묘 건축을 명한다.
정도전은 경국대전을 먼저 제작하고
그것을 플랜으로 나라를 만들어 간다.
제일 먼저 종묘를 건축한다.
종묘의 정전은
역대 19대 왕들의 신주를 모신 곳이다.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다 보니
엄숙해야 했기에
담백하고 장엄하게 정제되어 있어야 했다.
정전 건축물은 가로 총 117m에 달하는
단순한 수평 구조의 건축물로 축조되었다.
수평 구조라 랜드마크는 아니지만
창조물 이전의 고요함 속으로 인도하는
다른 차원의 의식 세계를 체험하게 해 준다.
서울 도심 가운데에 있는
숲으로 둘러싸인 속살 같은 존재이랄까?
그로 인해
한국 최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빌바오 구겐하임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는
종묘의 고요한 공간에 대해
파르테논 신전 외에는 없다는 찬사를 보낸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은
종묘에 대해
'고귀한 단순과 조용한 위대'로 압축해
수준 높은 미학에 접근한다.
현재 한국의 대표적 건축가이며
'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 철학을
주장하는 승효상은
전통 건축에서 건축의 본질을 찾았다고 하고
종묘를 가장 공간적으로 잘 해석해 낸다.
그의 종묘 건축 해석은 다음과 같다.
승효상 해석의 종묘,
비워져 있는
월대
한국이 종묘를 가졌다는 것은 축복이다.
아름다운 건축을 추구하던 나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축조해야 된다는 것을
깨우쳐준 것이 종묘이다.
종묘는 단순하고 정제되어 있는 건물보다
그 건물 앞의 공간이 내게 다가왔다.
위대한 순간이었다.
종묘는 혼령을 위한 건축이니
혼령이 바라보는 풍경이 주 풍경이다.
그러니 월대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다른 건축하고는 틀리다.
월대(마당)를 형성하기 위해
건물이 둘러싸았다.
정전은 맨 위쪽에 혼령의 공간이 있고
1.5미터 기단 아래 월대가 전개되고
월대 1 미터의 기단 아래 인간의 공간으로
구조되어 있다.
가운데에 위치한 월대는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공간이다.
그래서 월대가 주 공간이다.
월대의 박석은
다듬지 않은 자연석으로 조성되어 있고
비워져 있다.
한옥 마당도 마사토만으로 조성되어
비워져 있다.
그래서 월대는
우리 마당의 원형질적 공간이다.
일본의 마당은 보기 위한 공간이다.
중국의 마당은 위계질서를 위한 공간이다.
한국의 마당은 가장 신비롭게 아무것도 없다.
그러한 불확정적 비움이 월대이다.
도시에는 경건한 곳이 있어야 한다.
5만 6천 평의 비움의 공간이 종묘이다.
참으로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우리 옛 건축 문화유산에서 많이 배웠다.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고
교과서이기도 해서
선조에게 빚을 지고 있다.
건축적 정체성에 의문이 들 때
종묘에 와서 평화를 얻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개기를 갖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병우 사진작가는
눈 덮인 종묘를 찍었고
그는 묻는다.
이렇게 미니멀한 건축물 보셨나요?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말 그대로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김부식의 ‘삼국사기’ 중
백제본기의 한 구절로,
백제문화를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지만
이는 한국 전통미학을 관통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거기에 부합되는 조선의 건축물이
종묘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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