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아이 용돈 많이 주면 안 되나요?

by 레몬팝콘


"저 엄마는 애 밥을 편의점에서 사 먹이잖아"

아이가 네 살 때 들었던 말이다.


육아휴직이 끝나자마자 말도 못 하는 애를 떼어놓고 출근하는 게

마음이 아팠던 나는 베이비시터에게 내 신용카드를 줬었다.


어린이집 끝나고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놀 때

다른 엄마들이 우리 딸한테 간식을 많이 준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에 걸렸다.


평일에 놀이터에 나갈 수 없던 나는

베이비시터에게 신용카드를 주고 간식을 얻어먹지만 말고

많이 사주시라고 부탁드렸었다.


베이비시터에게도 그 신용카드로 맛있는 걸 사서 드시라고 했다.

시간이 없던 엄마는 이렇게나마 내 아이가 받은 걸 갚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내 마음 같지 않았다.

거실에 CCTV를 설치했다는 이유로 내게 감정이 좋지 않았던 베이비시터는

동네에 애 밥을 편의점에서 사 먹인다는 소문을 냈다.


아직도 이 말이 잊히지 않는 것을 보면

나름 큰 상처였구나 싶다.


워킹맘의 죄책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이제는 직접 용돈을 준다.

워킹맘의 죄책감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나는 인심이 후하다.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을 때는 금액 제한을 두지 않는다.

먹는 걸로 금액 제한을 두는 것은 치사하지 않은가.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는 사전에 허락을 구한다.

대신 학교 수업을 마치고 혼자 무인문구점에서 물건을 살 때는 적당히 사라고만 말한다.


아이가 인형이며 장난감이며 작은 소품들을 살 때

나는 항상 돈이 기준이 아니라 지구와 환경을 말한다.


"엄마가 네게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아.

돈 버는 건 우리 딸 때문이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일하겠어?

단지 네가 이런 물건들 샀다가 잠깐 놀고 버리면 지구가 아파할까 봐 걱정이야"


아직 아이가 과도한 금액을 사용한 적은 없어서

우리의 평화는 잘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주변에서 아이의 경제관념을 길러야 한다며

용돈을 쉽게 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가 아이에게 너무 풍족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비난도 한다.

심지어 남편까지도 그렇게 말한다.


나는 사랑스러운 딸 때문에 이 회사 생활을 버티는 건데,

딸이 갖고 싶은 것을 사주면 안 되는 걸까?


경제관념보다 중요한 것

내가 어릴 적, 초등학생 때 운동화가 작아져서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백화점을 갔었다.


나는 당연히 여아 운동화를 고르려고 했다.

남아 운동화가 더 저렴해도 내게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저렴한 남아 운동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새 신발을 살 생각에 신나게 여아 운동화를 신어 봤던 나는

아버지의 눈빛에 조용히 운동화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로봇이 그려진 남아 운동화를 사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제야 계산을 하셨다.


나는 다음날 학교에 가서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발이 커져 신발을 바꿀 때까지 놀림은 계속 됐다.


그래서 나는 내 딸에게 넉넉한 엄마가 되고 싶다.

내 딸이 돈으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재벌이 아닌 이상, 언젠가 엄마의 월급으로는 다 채워줄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다.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아이가 돈 때문에 작아지지 않게 해주고 싶다.


대신 고민 없는 소비는 환경오염은

물론 사회에 또 다른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고 교육한다.


무조건 저렴한 물건을 선택하라고 하지 않는다.

물건을 살 때는 원가와 인건비, 세금과

소상공인들의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적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내 교육이 잘못된 걸까?


방금 '편의점 1500원' 체크카드 알림이 울렸다.

아마 삼각김밥을 사 먹었나 보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저녁을 차려 줘야지.


경제관념이 조금 모자란 엄마라도, 내 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무나 작가가 되는 시대, 불편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