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룰 수 없는 스케쥴
어느덧 생일을 맞았다.
남들보다 빨리 학교를 간 사람들은 대부분 겨울에 생일을 맞는다. 요즘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빠른년생. 그게 나다.
20대 때야.. 족보를 꼬이게 한다는 불평도 들어야 했고. (보통 족보를 꼬이게 만드는 사람은 빠른 년생이 아닌 사람들이다.) 대학 신입생임에도 19살 신분이라 본의아니게 술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도 생겼었다. 그러나 30대를 들어서는 내 나이가 몇 살인지도 잊고 산다. 족보? 상관 없다. 사회 생활 하니 존댓말 하는 것이 더 편하다.
사회에서는 나라는 인간을 나이라는 숫자로 기억하기 보단, 내가 이룬 성과와 경험으로 기억하는 일이 많다. 동갑, 동학년에만 갇혀있던 친구라는 범위는 아래 위로 더 넓어졌다. 나보다 6살 어린 사람과도 10살 많은 사람과도 허물없이 세상을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공감한다. 어쨌든 그런 시간을 거쳐, 어느덧 추운 겨울 생일을 맞이했다.
친한 친구와 함께 조용한 스시집에 가서 2시간 코스의 오마카세를 먹었다. 제대로 된 오마카세는 처음이었기에 색다른 경험이었다. 좋아하는 브랜드 프라이탁의 Moss도 선물 받았다. 노트북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 현재까지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시끌벅적한 파티나 이벤트는 없었음에도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쓴 하루에 감사함을 느꼈다. 집에 돌아와서는 작은 케이크에 초를 올려 생일을 마무리했다. 불 꺼진 방안에 혼자 타오르는 초를 보며, 짧은 부탁을 전했다. 올 해는 조금 더 잘 부탁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