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술학원

92세 아이에게 듣고 싶은 말

같은 것을 바라보는 사랑

by 오아팸

두봉 신부님은 1929년 9월 생이다. TV에 나온 신부님은 성직자 특유의 유쾌함과 아이 같은 순수함을 느끼게 했다. 지금까지 경험한 이야기도 신기하고 대단했지만,

내 가슴속 깊이 남아 있는 신부님의 말은

“아빠, 고마워요!,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다.

92세의 노인이 엄빠를 부르자 그의 얼굴에선 포근함과 안정감을 느낀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죽고 아이가 92세쯤 되었을 때 이런 말을 할까?

나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신부님이 전해 준 아버지와 그의 편지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이런 사랑을 아이에게 줄 수 있을까? 싶었다. 부모와 떨어져 있었지만, 그 사랑과 그리움은 이전보다 더해 보였다. 부모-자식으로 만나 이어진 사랑의 끈은 환경과 상황 아니,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었다.

신부님이 읽어준 아버지의 편지 내용은 별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내게 특별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뿐이다. 사랑하면 그 사람의 생활에 관심이 가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기복을 공유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 들었다. 같은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우린 더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닐까? 내 아이가 보는 것 관심 같은 것 그것을 함께 보고 싶다.

아이는 식사 후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에 집중하다가도 설거지하는 날 부르며 몸을 돌려 자기 의자 뒤 소파를 두드린다. 자기 뒤에 앉으란 의미다. 같이 이 재미있는 걸 보자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자기 뒤에 앉아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것도 아니면 와서 광고 빨리 넘기란 의미 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리로 와서 앉으라고만 한다.

냉큼 설거지를 마치고 앉았다. 뒤에 앉은 날 쳐다도 안본다. 그러면서 화면 내용에 따라 소릴 지르고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아이가 느끼는 애착 중 보호자가 곁에 있을 땐 더 활발하게 행동한다는 게 기억났다. 그래 아이는 분명 내 곁에 있을 때 더 활발해 보인다. 아니 더 지랄발광인 것 같다.

신부님이 전해준 부모님을 향한 감사와 사랑은 그 영상을 본지 한참을 지난 지금도 내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살짝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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