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

#송사리 #자아 #에고고프로젝트

by 에고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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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현장으로 직출하는 날. 두 시간을 걸려 일산 킨텍스에 도착. 속으로 'XX'를 되내이며 건물로 들어가는 데 흠칫 발이 멈춰버렸다. 2022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면접시험. 어째 현수막 때깔부터가 다르다. 진중함이 느껴진다.


행사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지만, 뭐 그런 결심이 들었다. 면접에 참여한 많은 청춘들의 진중함을 깨지 않겠다는 것.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경계에서 절박함을 품은 이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싶었다. 저날 얼마나 예민해지는지는 나부터 잘 알기도 하고. 전시장 입구로 향하는 2층을 찾아 최대한 돌아돌아갔다.


하지만 돌고 돌아서 들어선 입구는 1층이었다. 최대한 조심스레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급하게 메일을 보내야 했다. 어딜 둘러봐도 2층에선 컴퓨터 작업을 할 곳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부대시설이 갖춰진 1층으로 내려왔다. 다행히 카페 하나가 있었고, 정장을 입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작업을 해야했다. 말 그래도 불편한 동거.


일에 집중이 안 되기도 하고, 괜히 궁금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봤다. 수험생이라고 다 같은 수험생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면접 선생님이 직접 나와 3명 정도에게 직접 코멘트를 하는 테이블도 있었고, 스터디를 꾸렸는지 정장을 입은 수험생끼리 질문을 주고 받는 무리도 있었다. 지방에서 올라왔는지 캐리어를 한켠에 두고 깜지 가득한 A4 용지를 달달 외우는 사람도 종종 보이고. 위치가 킨텍스라니. 좀 가혹하다.


가장 눈에 띈 건 어머니와 마주앉아 면접을 기다리는 풍경이다. 아무리 필기 시험을 거쳤다지만 합격확률이 100%는 아닌 게임. 어머니는 수험생에게 밝은 표정으로 용기를 붇돋아주지만 마냥 부푼 기대만 가질 수는 없는 노릇. 밝은 표정 속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오랜 취준 생활을 겪으면서 수도 없이 엄마를 실망시켰기에 더욱 마음이 짠해지나보다.


원죄가 있다. 내 욕심 때문에 우리 엄마 고생시켰다는 원죄. 그렇게 욕심이 났어서 이뤘으면 모를까. 매번 문턱에서 고꾸라지기만 했다. 여전히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 하지만 그럭저럭 하루하루 견디는 일상에 무뎌진 것도 사실. 지금 나는 무엇을 꿈꾸며 살고 있는 것일까. 간절함을 안고 킨텍스로 모인 청춘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해야할 일은 안 하고.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우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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