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실패! 면담을 요청했다

#천왕성 #자아 #에고고프로젝트

by 에고고 프로젝트

동료들이 승진했다. 나만 빼놓고.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감투를 즐겨 쓰던 나였으니.

회사에 다닌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조직의 중심에 서서 타인을 이끄는 경험 같은 거. 소질이라 느꼈고 응당 찾는 내 자리 같은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직의 평가는 달랐다. 나는 인정받지 못했다. 동료들조차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말 뿐이라도. 어쩌면 유감 표현에 어리숙한 걸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반응조차 상처였다. 나에 대한 저평가가 예상 밖 일이 아니라는 것이.


‘이사님, 시간 나실 때 면담 요청드려도 될까요?’

‘지금 하지.’


상사에 면담을 요청했다. 설명이 듣고 싶었다. 회의실. 생각보다 온화한 표정으로 맞아주셨다. 지난 두 달간, ‘네가 00을 맡아주면 좋겠어.’ 문장에서 00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 혼란스러웠지만 묵묵히 기다렸다. 그날그날 업무에 충실하며. 한데 최종적으로 돌아온 것은 저평가다. 나의 묵묵함이 의욕 없음으로 읽혔던 걸까.


laptop-g438f365f2_1280.jpg


"네가 서운했을 거라고도 생각해."

"저는 서운함보다는.. 승진 여부는 결국 저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혹은 어떤 부분을 키워나가면 좋을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는 상사가 아닌 선배로서 답하겠다며 본인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회사에 근무한 지 15년이 더 넘어가는 그는 최연소로 이사 직함을 달았다.


“사업에도 타이밍이란 게 있거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뭔지, 그럼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캐치하는 것. 난 그게 내 강점이었다고 생각해."


그 말을 듣는데, 여러 얼굴이 지나갔다.


첫 번째는 이사님의 오른팔 격인 실장님. 그녀 역시 이십 대에 팀장이 되고, 지금은 스무 명 이상을 책임지는 실장 직위에 있다. 또 이번에 승진한 동료들. 그들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도 일 얘기를 하고, 퇴근 후 술 한 잔을 나누면서도 사업 방향성에 대해 논한다. 그럴 때마다 난 '쉴 때라도 일 얘기 안 하면 안 되나' 생각하곤 했다. 조금은 질린다고 느끼면서.


결국은 그게 차이였다. 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했지만, 회사의 미래까지 고민하지는 않았다. 회사는 회사, 나는 나. 철저히 분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의 방향보다는 내 인생의 방향성에 매몰되어 있었다. 무엇이 맞고 틀리다 할 수는 없지만, 흔한 계발서에 나오는 문구처럼 'CEO'처럼 생각한 사람이 승진한 것이고, '직장인'처럼 생각한 사람이 머무른 것이었다. 그것이 사실이었다.


조직에서의 인정과 승진 등의 가치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럼 아무 문제없었을 터다. 아마도 내게 유감을 표하지 않은 동료들은 내가 그런 캐릭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예전 회사에 만났던 여느 평범한 '직장인' 상사들처럼. 하지만 아니.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리더.

조직의 중심.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하는 사람.

내가 하는 일이 나에 대해 잘 설명한다고 느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lightbulb-g7de97cc28_1280.jpg


면담을 마치고 한 달 정도는 맥이 빠졌다. 사업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란 건 어떻게 고민하는 걸까?

하루에 한 시간씩 시간을 정해두고 해야 하는 걸까? 퇴근하면 버튼 누르듯 일에 대한 생각 전원이 오프 되는데. 이 버튼을 끄지 말아야 하는 걸까? 난 CEO처럼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라 느꼈다. 그런 고로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효능감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겠다고. 순응만이 남아있다 믿었다.


한데 요즘은 생각이 다시 바뀌었다. 수많은 구직공고를 보면서다. 으레 구직공고란 오히려 사람 힘을 빼는 데 특화된 게시글이지만, 여러 기업과 업무들을 마주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세상은 넓고 다양하다.

그러니 어떤 공동체에 속해, 어떤 업무를 담당하느냐에 따라 CEO처럼 생각해야 하는지, 활동가처럼 생각해야 하는지 달라진다. 리더. 조직의 중심.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곧 CEO는 아니다.


인생은 나를 찾는 일의 연속. 나를 찾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답을 찾을 수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운동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