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일지(0)-숨 만 잘 쉬어도, 요가

#천왕성 #자아 #에고고프로젝트

by 에고고 프로젝트

일요일 오전. 분명히 9시에 눈을 떴는데 다시 잠들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11시 수련에 늦지 않으려면 슬슬 일어나야 한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일어나 시간을 보니 10시 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침대에서 튕겨져 나와 간단히 씻고 푸른 레깅스와 회색 반팔티를 입었다. 추위를 막아줄 경량 패딩을 입고 긴 코트로 운동복을 가렸다.


요가원은 생각한 것보다 멀었다. 도보로 걷는 데 무리는 없었지만, 걷는 것만으로 살짝 체온이 오르는 정도. 요가원은 5층이라는데, 건물에 계단이 없었다. 뜨악하면서도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걸어 올라갔다. 이제 이 정도 계단은 우습지!


활짝 열린 문틈으로 찻잔이 부딪는 소리, 뜨끈한 김, 사람들의 소곤댐이 삐져나왔다. 일찍 수련을 마친 사람들이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들어가 누가 봐도 처음 온 사람처럼 어수선하게 행동했다. 당연했다. 처음 온 거 맞았으니까. "안에 들어가시면 돼요." 주전자를 쥔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수련실 안으로 들어갔다.



요가. 내겐 오래도록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중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처음 만난 요가는 낯선 것, 어두운 것이었다. 오래된 스포츠센터 건물에 다른 반 학생들과 섞여 들어갔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왼쪽 코에 물을 넣어 오른쪽 코로 나오게 하는, 다소 충격적인 시연을 선보였다. 심지어는 우리에게 권하기도 했다. 나는 워낙에 물을 기피하여 긴장감이 배가 됐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 한동안 누워 있었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다. 방과 후 수업을 바꿨다. 어떤 반으로 바꿨는진 기억나지 않는다.


대학교 재학 시절. 학교 근처에 자취하는 친구 둘이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 덕에 다이어트도 성공하고 너무 좋단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고 싶던 나는 복싱과 요가 중에 고민하다 요가를 택했다. 첫날. 누워서 동작을 따라 하는데 욕지기가 올라왔다. 뛰쳐나가지 않으면 사람들 중심에서 구토할 것 같아 화장실로 뛰어갔다. 다시 복귀해서도 동작을 따라 할 순 없었다. 계속해서 위산이 역류하는 듯했다. 결국 그것이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나한테 안 맞는 운동인가 보다. 결론이었다. 고작 두 번 시도했을 뿐이었지만, 세월의 격차에 있음에도 동일한 반응이 나타났으니. 다른 결말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요가원과는 꾸준히 연이 있었다. 3개월가량 요가원에서 오전 파트 타이머로 일한 것이 대표적이다. 매일 아침, 요가원 문을 열고 저녁 파트 타이머가 맡겼을 수건이 세탁소에서 돌아오면, 산타 할아버지나 들 법한 꾸러미들을 가게 안으로 끌고 왔다. 회원들을 맞이할 음악을 틀고, 조명도 켜고. 수건을 개기 시작한다. 바닥 청소를 얼추 끝내 놓으면 첫 시간 회원들과 인사한다.


"그건 매니저님이 코어가 없어서일 확률이 높아요."

당시 친하게 지내던 에이미 선생님의 말이었다. 요가원에서 파트 타이머로 일하면 하루 한 수업 정도 무료로 수강하는 게 가능했다. 역시 참여를 권하는 선생님 말에 '안 맞는다'라고 일축하며 헛구역질 증상을 설명했다. 에이미 선생님은 하다 보면 코어가 생겨 괜찮아질 것이라 했지만 나는 쉽게 포기했다. 이십 년 넘게 없었던 코어가 하루아침에 생길 리 만무했고, 그때까지 계속해서 토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고요한 수련실. 선생님은 수련실 정가운데에서 조금 뒤쪽으로 물러난 위치에 자리했다. 역시나 어리바리 서있는 내 이름을 확인하고 간단히 시설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저기가 탈의실, 저기는 화장실, 매트는 저기서 가져와서 쓰세요. 일요일 오전 11시. 적당한 시간이라서일까?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저마다 색색깔 매트를 깔고 눕거나 몸을 풀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그득한데 고요했다. 높은 곳에 위치한 창문에서는 주황색 햇빛이 스며들었다. 평화로웠다.


눈을 감고 손끝에 감각을 집중하는 것으로부터 수련이 시작됐다. 내 숨에 집중했다. 오르락내리락.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깊은숨을 쉬지 못했다. KF94 마스크를 쓴 탓이 아니었다. 사실은 고요히 떨었던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에서, 홀로, 눈을 감고 있다는 것. 귀로 선생님의 지시를 캐치하고 그에 맞춰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갓 세상에 태어난 아이처럼 알게 모르게 얼어붙었고, 그것은 오로지 숨으로 표출되었다.


내려놓자. 내려놓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내뱉자. 주변의 모든 존재감을 지우자. 모든 시선에게서 자유로워지자.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렇지! 아주 잘하네요."

선생님이 다가와 몇 번 자세를 잡아주었다. '아주 잘한다'는 말에 기뻤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무리해서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한 시간 반 동안 아주 훌륭하게 숨을 쉬었다. 아주 잠깐, 머리가 싸움시킨 팽이처럼 빙그르르 도는 게 느껴진 적은 있었지만, 신물이 올라오진 않았다. 토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었다. 수련을 마치고 선생님과 몇몇 회원들이 차를 따를 때 옆에 앉아 수다를 떨 수도 있을 듯했다. 첫날이라 분위기를 살핀다고 그 자리에 끼진 않았지만, 정기 수련권을 끊어서 다음 주부턴 저 자리에 합류해야겠다, 생각했다.



보통 생계의 곤란함에 대해 논할 때 쓰는 표현 '숨만 쉬어도'가 이번 도전의 목표였다. 숨만 잘 쉬어도 성공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성공했다.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한 한 시간 반이었다. 처음엔 숨이 고르지 않았다. 내 몸이 새로운 공간과 존재들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그를 인지하고 내 몸에 시간을 주었다. 날뛰는 말을 얼르듯. 쉬이. 괜찮아. 천천히. 천천히 적응해.


숨 쉬기.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나는 이것을 잘하지 못해 어지러웠다. 자세 따라 하는 데 여념이 없어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아왔던 것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몰랐다. <아무튼, 요가>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역시 정답은 언제나 책에 있다.


나처럼 구토가 나와 수련 중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일화가 나온다. 다른 사람들만큼 혹은 보다 뛰어나게 잘하려고 욕심을 낸다. 그러다 보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숨을 참게 된다. 늘 누구보다 주목받고 잘한다 인정받고 싶었던 나는 계속해서 힘을 주고 살아왔다. 십 년 전, 이십 년 전에도. 다행히 지금은 내가 말 그대로 '주먹을 쥐고' 산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발견할 때마다 이완하는 법을 배웠다. 박상아 작가는 계속해서 말한다. 요가는 자기 수련에 가깝고, 자세가 훌륭하다고 해서 요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것보다 더 해야 해. 그래야 운동이 돼. 그래야 성장을 해. 인간 삶의 법칙은 언제나 이랬다. 그러니 요가 수련장에서도 옆 매트 힐끗 보고 나보다 얼마나 잘하는지 못하는지 판가름했다. 정작 내 숨엔 집중하지 못하면서 외부의 것에 사로잡혔다. 그 호흡을 바꾸는 것이 요가의 수련이 아닐지. 책을 읽고 요가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고, 선생님의 지도를 따라 수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나를 다시 요가원으로 이끈 동력이었다. 간단하게 한 달 정도 수련해보려 한다. 목표는 역시 '숨 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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