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 #자아 #에고고프로젝트
오늘은 날이 흐렸다. 밤 사이 내린 비는 그쳤다. 우수수 단풍이 떨어졌다. 간단하게 씻고 역시 레깅스와 반팔 티에 코트를 입고 집을 나섰다.
창이 넓으면 다양한 풍경을 가진다. 첫날 방문했을 때 요가원은 햇빛이 가득해 따스한 느낌이었는데, 오늘의 요가원은 흐린 날씨로 제법 촉촉한 무드가 났다. 새벽 어스름 같은 느낌. 날씨가 추워져서일까. 수련실에 들어서자 더운 공기가 일었다. 뜨스운 바람의 출처는 천장의 난방기. 인공적인데도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서둘렀는지 내가 11시 수련에 도착한 첫 수련자였다. 덕분에 선생님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수련생들이 속속 도착해 매트를 깔고, 수련이 시작되었다. 눈을 감았다. 두 번째라고 긴장감이 확연히 줄었다.
오늘은 첫 수련 때보다 명상시간이 길었다. 의식을 내 몸 이곳저곳에 가져가는 데 집중했다. 잠자는 시간 외에 눈을 감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이 있던가? 단연코 없다. 지각한 수련생이 수련실 문을 열고 들어와 곧장 탈의실에 들어가고, 곧 매트를 꺼내 와 오른쪽 구석에 앉는 것까지. 모두 시력을 제외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보이는 것에 집중하느라 놓치고 있었을 감각들.
가부좌를 틀고 앉아 허리를 폈다. 선생님이 시킨 건 '숨 쉬기'뿐이었다. 몸에 힘을 쭉 빼고 숨을 쉬는데, 몸 전체가 흔들렸다. 심장박동에 맞춰 어깨가 밀렸다 돌아왔다. 몸 전체가 진동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걸까? 꼭 그런 것 같진 않았다. 다만, 몸 안에서 벌컥벌컥 박동하고 있는 심장이 눈을 감고 있는데도 보이는 듯했다. 노래 가사처럼 '내 심장의 색깔은 블랙'인지 아닌지까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이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구나! 쉬지 않고 펄떡이며 온몸 구석구석에 활기를 불어넣는 움직임이 생생했다. 위치는 물론이고 크기마저 느껴질 법했다. 평소 다른 감각과 걱정, 유희 거리에 묻혀 자각하지 못했지만, 나 또한 정상 작동하는 동력원으로 숨 쉬고 움직일 수 있는 유기체임을 절절히 확인했다.
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참 쉽지 않다. 육체에 정신을 집중하니 생각도 육체로 옮겨왔다. 문득 가슴을 끌어올리고, 턱을 뒤로 넘기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지구상에 존재했고 죽은 후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 엄청난 시간에 비해 우리가 물질적인 육체를 갖고 생활하는 것은 아주 찰나에 불과할 것. 이런 소중한 시간에 육체를 활용한 다양한 일을 해보아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쾌락적인 것이든 고통스러운 것이든. 육체를 가진 축복을 충분히 누려야겠다는 생각. 침대나 의자. 인간이 만든 가구에 고여 평온함만 누릴 것이 아니라. 요가도 그 활동 중 하나이리라.
tvn 프로그램 <서울 체크인>에서 이효리 님이 엄정화 님, 김완선 님께 요가 동작을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물구나무 같은 동작인데, 엄정화 님이 특히 두려워하며 그 동작 하기를 포기한다. 언니, 할 수 있는데, 나를 믿고 한번 해 봐. 이효리 님은 그렇게 말한다. 성대결절 이후 목에 대한 걱정, 불안이 있어서 공포가 먼저 생긴 것 같다면서.
나도 오늘 비슷한 동작을 하게 됐는데, 난 가수도 아니고 성대결절도 없었는데 왜! 왜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었는가. 사실 지난주에도 그 동작이 있었다. 발끝을 머리 뒤로 넘기라는 순간 포기했다. 그 전 동작에서 이미 어지러움을 느꼈기 때문에 그 동작을 했다간 화장실로 달려가게 될 것 같았다. 한데 아쉬웠었다. 그냥 해볼 걸.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도전했다. 발끝을 세우고 조금씩 조금씩 넘겼다. 그래도 땅을 짚을 순 없었다. 목이 달랑! 하고 꺾일 것 같아 두려웠다. 이를 극복할 날이 올까?
수련 마지막은 사바 아사나. 편히 누운 자세다. 왼발 끝은 왼쪽, 오른발 끝은 오른쪽으로 편히 보내고, 양 두 손은 가볍게 바닥이 천장을 보도록 펼쳐서 둔다. 이 시간이 꽤 길다. 은은한 음악이 나오고 선생님은 필요한 사람에게 담요를 나눠준다. 숨에만 집중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푸욱- 푸" 소리가 났다. 들어본 적 있다, 이 소리. 아빠랑 늦은 시간까지 같이 티브이 보면 한 번씩 들린다. 그 소리를 듣고 엄마에게 "아빠 잔다." 하면, 이내 그 소리는 사라졌다가 "아니, 안 잔다." 하곤 머지않아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바로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 사람. 그리고 두 사람. 저마다 다른 템포와 숨 길이로 연주가 시작됐다.
'저분들 좀 깨워주세요...' 처음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중이 안 되니까. 한데 사바 아사나 자세도 그렇고 그 숨소리도 그렇고. 로켓 같단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의 원자를 가득 싣고 우주를 유영하는 로켓.
"띠링." 난방기 꺼지는 소리에 맞춰 수련이 끝났다. 로켓 소리도 잦아들고 "나마스떼!" 로켓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별을 향해 떠났다.
P.S. 난 바로 떠나진 않고, 보이차 끓여 나누어 마시는 자리에 합류해 석 잔을 마시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