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은 시계를 못 보니까, 달려!

#천왕성 #자아 #에고고프로젝트

by 에고고 프로젝트

저녁으로 운동 시간대를 바꿨다. 동료들은 물었다.


"왜요, 아침 운동 너무 힘들어요?"


아니 ,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일찍 일어날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달릴 수 있어서 상쾌했다. 문제는 운동 시간을 늘리고 싶은데, 30분 일찍 일어나면 너무 새벽이라 이동하는 데 위험부담이 있었다. 건강하려고 하는 건데 혹시라도 모를 안전 문제를 걸고 싶지 않았다. 출근 전이라 너무 오래 운동하기에도 마음이 조급한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른 아침엔 글을 쓰거나 경력 정리를 해두거나 하는 식의, 맑은 정신을 요하는 활동이 가능했고, 하루 종일 장시간 업무에 시달리고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 각종 SNS에 시간을 날리다 잠에 들곤 했으니까. 이참에 순서를 뒤바꾸자는 의도였다. 운동하고 나면 쓰러져 자게 될 테니까.


그렇게 2~3주 만에 저녁 운동에 간 것 같다. 확실히 아침보다 붐볐다. 사람이 많으니 운동인의 종류랄까, 그 타입도 다양했다. 상당히 마른 체격에 다부진 근육의 소유자, 트레드밀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하는 브이로그 애청자, 개인 트레이너 선생님 대신 서로 자세 봐주는 의리남들... 이 모든 걸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 운동에 집중을 안 했다는 뜻일 터다. 집중만 안 했느냐? 타인과 나를 비교하거나 평가하는 일도 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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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상당히 마른 체격에 근육은 다부졌던 사람. 그분은 민소매 상의와 레깅스를 입고 있어 특유의 마른 체격이 더 훤히 보였는데, 가녀린 느낌이지만 근육으로 인해 결코 약해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운동 자세도 좋고, 하나하나가 초보 같지 않았다. 장시간 관리한 것으로 보였다. 긴 머리와 흐트러지지 않는 태도가 우아했다. 그를 보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나는...' 하고 거울에 비친 나를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데! 스스로 격려해주진 못할 망정! 이제 막 운동에 재미를 붙였으면서!


서로 운동을 봐주는 의리남들은 한눈에 척 봐도 무거운 덤벨을, 누워서 몇 번이고 들어 올렸다. 누워서라니! 난 벤치 프레스 40KG도 장갑 끼고 겨우 하는데.. 순간적으로 크게 주눅이 들었다. 내가 하는 운동이 저들 눈엔 얼마나 장난처럼 보일까. 이런 생각이 침투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남들과 나를 비교만 했느냐? 평가도 했다. 가뜩이나 사람이 많아 이용할 수 있는 기구가 많지 않은데, 레그 프레스 기구에 앉아 휴대폰만 보며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자리가 날 때까지 다른 운동을 하며 기다렸는데, 무려 세 가지 운동을 마쳤을 때에도(무려 10번/15번씩 3세트로 3가지 운동!) 여전히 운동은 안 하고 레그 프레스 기구에 앉아만(!) 있었다!


"휴대폰은 다른 데서나 '쳐' 해!"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정확히 혀 끝까지 도달한 것 같았는데. 겨우 참았다. 운동을 하다 쉬는 것도 아니고 참. 불만이 그득했다. 그러니 또 마음이 꼬여서 '보여주기 식으로 운동 나오는 사람인가', '저러고 사람들한테 운동 다녀왔다고 하려나', '한심해' 같은 평가가 계속되었다. 아.. 내 운동에 집중 못하고 타인을 평가하고 있는 나도 한심해..


당장 눈을 감고 요가를 하고 싶었다.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고 나 자신에만 오롯이 집중하며, 내 외면이 아니라 내면의 감각을 느끼는 것. 피트니스 센터에서라고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진짜 눈이 아니라 타인에게로 집중되는 제3의 눈을 감아야지. 다짐한다. 비교해야 할 것은 과거의 나뿐임을 곱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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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 루틴 -

20분 트레드밀(4분 빠르게 걷기, 6분 달리기 X2)

50분 근력 운동

10분 트레드밀(4분 빠르게 걷기, 6분 달리기)


9월만 해도 트레드밀에서 뛰는 걸 상상할 수 없었고(두려웠다) 10월만 해도 10분 걸으면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매일 30분씩 걷고 뛰는 게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뛸 때 수월하다는 감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왜왜, 어디서 힘들어서?"


주어진 개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플랭크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쓰러질 때. 개인 트레이너 선생님은 꼭 같은 질문을 던졌다. 허리가 아파서? 팔 힘이 달려서? 원인이 뭐야? 그 질문을 받으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간 단순히 '힘들어서'라고 퉁쳐왔던 감각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어디에 무게가 쏠려서 포기했는지.


두 달 전의 내가 트레드밀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던 건 '인내'가 부족해서였다. 한강에서 달리는 것처럼 다양한 풍경이 펼쳐지지도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그만 뛰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들어 굴복하고 만 것. 계속해서 시계를 응시하면서 달렸다. 언제 6분을 채우나. 아이고, 이제 2분이네. 이제 20초 지났네. 어휴. 이러면서.


되도록 시간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요가 선생님 말씀처럼 뛰고 있는 발에 '의식을 보낸다'. 그럼 나는 그 순간 내가 아니라 발이 된다. 달리는 상태가 기본값인. 어떤 다른 자극, 그러니까 시각과 청각 등에서 잠시 멀어진다. 내 신체를 지배하는 것이 잠시 동안 뇌가 아니라 발이 된다. 발은 시간을 못 본다. 그러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다. 이게 30분 트레드밀 이용의 팁이라면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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