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일지(3)-지금 순간에 머물다

#천왕성 #자아 #에고고프로젝트

by 에고고 프로젝트

이번 주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피트니스센터에 가지 못하고, 댄스 클래스에도 가지 못하였다. 잘 먹고 아낌없이 쉬자는 마음으로 무려 15시간 숙면에 이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요가엔 갔다. 실은 요가도 이번 주는 쉬려 하였으나 상태가 호전되어 향하게 된 것이다.


날이 급격히 추워져서일까? 오늘은 지각생이 많았다. 보통 정각에 수업을 시작하는데, 수선한 분위기에 정각이 넘어도 선생님이 좀체 시작의 인사말을 건네지 못하였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잡혀 명상을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문 여닫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못해도 서너 명의 지각자가 속속 도착했다.


"외부의 자극이 아니라 내 내면에 집중해 봅니다."


'해도 너무하네, 다른 데처럼 수련 시작하면 입장 불가하게 하시면 좋겠다...'

막 그 생각을 할 무렵이었다. 일주일에 단 한번, 이 명상 시간이 소중해 수련을 하는 것인데, 이 시간을 망치는 그들이 미웠다. 지각할 것 같으면 안 오면 안 되나? 그런 마음마저 들고 있었기에 당장이라도 눈을 떠 끊임없이 부스럭대는 지각자들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하고자 하는 마음에 끌려가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봅니다."

선생님 말에 꾹. 눈을 감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는 내 숨에나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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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생님도 조금은 화가 나셨던 걸까? 역대급 난도의 수련이었다. 그래도 벌써 다섯 번째 수련이었는데 아예 동작이 불가한 건 처음이었다. 뒤로 한쪽 다리를 120도 정도로 들어 올리고, 무게 중심은 앞에 둔 채 한쪽 손으로 발목을 잡고, 가슴을 벽 향해 비틀어 펼친 상태에서 다른 쪽 손 천장 향해 두는 자세. 설명하는 것만도 벅찬데 실제로 하려면 오죽하겠나! 다리는 후들거리지, 비틀비틀 무게 중심은 도망가고 없지. 굉장히 힘들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그 이후로도 '숙련자분들은... 초심자분들은...' 이런 식으로 분류를 나눠 구령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난 당연히 초심자에 맞춰했지만 저마다 자세가 달라 따라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이전 수련에서는 부득이 눈을 떠 타인의 자세를 훔쳐볼 일도 없었던 것이, 친절하게 자세에 대해 설명해주셨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자세를 묘사하시는 것이 아니라 자세의 '이름', 그러니까 '타다아사나', '아도무카스바나아사나' 같은 용어를 써 구령했고, 그마저도 잘 들리지 않아 자세를 취할 수 없었다. 이번만큼 눈을 많이 뜨고 있던 수련도 없었고, 이렇게 힘들었던 수련도 없었다. '이제 초심자 말고 다른 수련 해도 되려나?' 못내 생각했던 나를 선생님이 크게 꾸짖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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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력도 꽤 부침이 있는 주간이었다. 책임감과 절대적인 업무 양으로 인해 힘겨웠던 적은 있었지만, 회사에 있는 시간이 괴롭다거나 출근 전날부터 부대낀 적은 없었는데.


"지금 순간에 잘 머무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동굴 안에 피신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하여 숨을 몰아쉬는 것처럼 수련생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주 힘든 동작을 하고 있었다. 안 되는 자세를 억지로 하는 것보다, 현재 만들어낸 형상에서 숨을 내쉬고 또 그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이었다. 나는 그 말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3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지금 회사에서 잘 머물러 왔다. 특정한 누군가와 소동이 있지도 않았고, 특별히 좌절스러운 경험을 한 적도 없어 하루하루 잘 넘길 수 있었다. 물론 더 잘하고 싶어 무리한 적도 있었겠지만, 잘 머무르기 위해 부단히 마음의 노력을 다 했던 것 같다. 그게 가능했던 것이 얼마나 축복 같은 일이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그 시간이 다 했음을 느낀다. 정말 조금의 희망이 한 톨도 남지 않아 괴롭다. 고치처럼 지금 순간에 잘 머물러야 하는 때도 있지만, 진화하기 위해 한 차례 짜릿한 탈피가 필요하기도 할 터. 지금이 그때임을 확신한다. 나가야 한다. 동굴 밖으로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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