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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ja Jun 15. 2021

작은 아씨들-그 뒷 이야기 2

작은 신사들 (by 루이자 메이 올콧)

그녀는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애 같은 모습을 절대로 잃지 않는 명랑한 얼굴이었고 목소리나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하게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상냥하고 편안한 타입의 사람이었으며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냈다. 소년들이 이야기하곤 했듯이 ‘쾌활’한 사람이었다. 조는 네트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다가 그의 떨리는 입술을 보았다. 그녀의 예리한 눈이 점점 부드러워지더니 초라한 아이를 가까이 끌어당기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

  “나는 조 바에르란다. 저분은 프리츠 바에르 야. 그리고 이 애들은 꼬마 바에르들이지. 신사분들 이리 와서 네트에게 인사하세요.”

  씨름하고 있던 세 사람은 즉시 시키는 대로 했다. 건장한 남자가 통통한 아이를 양어깨에 한 명씩 짊어지고 새로 온 소년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로브와 테드는 네트를 향해 씩 웃고 말았지만 바에르 교수는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난로 옆의 낮은 의자를 가리키며 다정한 목소리로 권했다.

  “저기 너한테 안성맞춤인 자리가 있다, 얘야. 앉아서 네 젖은 발을 빨리 말리도록 해라.”

  “젖었다고요? 어머, 세상에 진짜네. 얼른 신발을 벗어라. 바로 마른 신발을 준비해줄게.”

조는 크게 말했다. 조가 활기차게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자, 네트는 순식간에 아늑한 작은 의자에 앉아 뽀송뽀송한 양말과 따뜻한 실내화를 신고 있었다. 네트는 그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조는 무척이나 고마워하는 네트의 마음을 느끼자 다시 다정한 표정으로 즐겁게 말했다. 그녀는 여린 사람이라 느끼면 늘 그렇게 대하기 때문이다.

  “그건 토미 뱅스의 실내화야. 그런데 걔는 집안에서 실내화 신는 걸 매번 잊어버린단다. 그래서 실내화가 필요 없지. 실내화가 좀 크겠지만 차라리 그게 훨씬 나아. 실내화가 맞지 않으면 빨리 뛰지 못할 테니까 네가 우리한테서 도망가지 못할 거야.”

  “저는 도망가고 싶지 않아요.”

네트는 만족하듯 한숨을 길게 내 쉬고 때 묻은 작은 두 손을 안락한 불길 앞으로 내밀었다.

  “그거 다행이네! 그럼 나는 네가 건강하도록 축배를 들어야겠구나. 그리고 그 고약한 기침을 없앨 방법을 찾아야겠다. 얘야, 기침한 지 얼마나 됐니?”

큰 바구니를 뒤져 수건을 찾으며 조가 물었다.

  “겨우내 기침했어요. 감기에 걸렸는데 왠지 낫지를 않아요.”

  “그렇게 축축한 지하 창고에서 불쌍하게도 등에 거의 누더기 천만 걸치고 살았으니 이상할 것도 없죠.”

그녀는 남편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바에르 교수는 두 눈으로 꼼꼼하게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소리는 쉬었고 잦은 기침으로 경련이 일어나 천으로 덧댄 재킷을 입은 굽은 어깨가 흔들렸다. 또 관자놀이는 핼쑥했고 입술은 열에 달떴다.

  “로브, 내 아들, 보모 아주머니에게 빨리 가서 기침약과 연고를 좀 달라고 해줄래?”

바에르 교수가 아내와 눈짓을 주고받더니 로브에게 부탁했다.

  네트는 기침약과 연고라는 말을 듣고 불안해졌다. 그러나 조가 자신에게 우스꽝스럽게 속삭이는 모습을 보고 쾌활하게 웃으면서 두려움을 잊었다.

  “귀여운 말썽꾸러기 테드가 억지로 기침하는 소리를 들어보렴. 내가 너에게 먹이려는 시럽 약에는 꿀이 들어 있거든. 그걸 먹고 싶어서 저러는 거야.”

  꼬마 테드는 약병이 올 때까지 있는 힘껏 기침하느라 얼굴이 빨개졌다. 결국, 테드는 네트가 씩씩하게 약을 먹고 난 후 한 숟가락 빨아먹을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조는 네트의 목에 수건을 감싸 주었다.

  치료의 첫 단계가 거의 마무리될 때쯤 종소리가 크게 울렸다. 저녁을 알리는 발소리가 크게 쿵쾅거리며 홀을 지나갔다. 네트는 낯선 소년을 많이 만날 생각에 수줍어서 몸을 떨었다. 조는 손을 뻗어 그를 잡았고 로브가 생색을 내며 다독였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식탁 한쪽에 여섯 명씩 짝을 이룬 소년들 열두 명이 저녁 식사 시작을 참지 못하고 자신들의 의자 뒤에 서서 깡충거리며 왔다 갔다 했다. 플루트를 연주하던 키가 큰 소년이 다른 소년들의 열기를 가라앉히려고 애를 썼다. 조가 찻주전자가 놓인 자신의 자리에 갈 때까지 아무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테드는 조의 왼쪽에 네트는 오른쪽에 있었다.

  “이곳에 새로 들어온 네트 블레이크란다. 저녁 식사 후에 친절하게 인사들 나누려무나. 얘들아, 친절하게, 알았지?”

  그녀가 이야기하자 아이들 모두 네트를 쳐다보면서 자신들의 자리로 민첩하게 움직였다. 아이들은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정신이 없었다. 바에르 부부는 사내애들이 식사예절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했다. 규칙이 적고 합리적이었기에 대체로 꽤 성공했다. 아이들도 바에르 부부가 플럼필드의 생활을 편리하고 행복하게 하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규칙을 따르려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어떠한 규칙이라도 배고픈 소년들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시간이 있다. 휴일의 반이 지난 토요일 저녁이 그런 시간 중 한때였다.

  “소중한 어린 영혼들은 마음 가는 대로 법석을 떨고 떠들며 즐겁게 뛸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있어야 해요. 자유와 재미가 없다면 진정한 휴일이 아니지요.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은 진이 빠질 때까지 놀 수 있어야 한다니까요.”

한때는 점잖았던 플럼필드의 지붕 아래에서 왜 난간 미끄럼과 베개 싸움처럼 온갖 오락거리가 허락되는지 고지식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조는 이렇게 설득하곤 했다.

  가끔은 아까 말한 대로 지붕이 날아갈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하게 보였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에르 교수가 한마디만 하면 아이들은 이내 조용해졌다. 아이들도 자유가 지나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쁜 결과가 생기리라는 많은 예상에도 학교는 번창했고 어떻게 습득됐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학생들에게 예절과 도덕이 스며들었다.

  네트는 물 주전자 뒤에 앉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옆에는 토미 뱅스가 있었다. 조는 가까이서 네트가 그릇을 비우자마자 접시와 머그잔에 음식과 음료수를 채웠다.

  “반대쪽 끝에 여자애 옆에 앉은 남자애는 누구야?”

네트가 웃는 척하며 속삭여 물었다.

  “데미 브루크야. 바에르 교수님이 쟤 이모부야.”

  “이름이 진짜 특이하네!”

  “원래 이름은 존인데 쟤 아버지도 존이라 데미 존이라고 불러. 재미있지 않아?”

토미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네트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착하게 미소 지으며 흥미롭게 또 물었다.

  “좋은 아이야?”

  “당연하지. 무척이나 많이 알고 무엇이든지 읽어.”

  “걔 옆에 있는 뚱뚱한 애는 누구야?”

  “아, 걔는 스터피 콜이야. 원래 이름은 조지인데 우리는 스터피라고 불러. 엄청 많이 먹거든. 바에르 교수님 옆에 있는 작은 애는 교수님의 아들 로브야. 그리고 키 큰 사람은 프란츠인데 교수님의 조카야. 우리를 가르치기도 하고 음, 또 돌본다고 해야 하나?”

  “프란츠는 플루트를 연주하더라, 그렇지?”

네트가 물었지만 토미는 구운 사과를 통째로 한꺼번에 입안으로 넣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토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보다 빨리 대답했다.

  “응. 우리는 가끔 춤을 추고 음악에 맞춰 체조도 해. 나는 북을 치고 싶어. 가능한 한 빨리 배울 생각이야.”

  “나는 바이올린을 제일 좋아하고 켤 수도 있어.”

네트는 이 흥미로운 이야기에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연주할 수 있다고?”

토미는 잔뜩 호기심이 돋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유 잔 너머로 네트를 빤히 쳐다보았다.

  “바에르 교수님이 오래된 바이올린을 가지고 계셔. 네가 원한다면 연주할 수 있도록 허락하실 거야.”

  “진짜? 아, 연주할 수 있으면 정말로 좋겠다. 있잖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는 아버지랑 다른 아저씨랑 함께 바이올린을 켜면서 돌아다녔었거든.”

  “재미있었겠다!”

토미가 크게 감탄했다.

  “아니, 끔찍했어. 겨울에는 너무 추웠고 여름에는 너무 더웠어. 정말 힘들었어. 두 분은 때때로 짜증을 냈고 나는 항상 배가 고팠어.”

네트는 힘든 시간이 끝났다는 사실을 실감하려는 듯 잠시 멈추고 생강빵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러고 나서 후회스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 작은 바이올린을 정말 좋아했어. 켜고 싶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니콜로 아저씨가 바이올린을 가져가 버렸어. 그리고 나를 다시는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 내가 아팠기 때문이야.”

  “네가 바이올린을 잘 켜면 악단에 합류할 수 있을 거야. 잘 못 켜도 괜찮을 테지만.”

  “여기에 악단이 있어?”

네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있지. 신나는 악단이야. 전부 남자애들만 있어. 연주회 같은 것도 해. 내일 밤에 볼 수 있어.”

  토미는 쾌활하고 신나게 이야기를 끝내고 다시 저녁을 먹었다. 네트는 음식이 가득 담긴 자신의 접시를 바라보며 더없이 행복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조는 머그잔에 물을 채우는 데 여념이 없으면서도 두 소년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그 와중에 꼬마 테드도 돌보았다. 테드는 너무 졸려서 숟가락을 눈으로 가져갔다. 장밋빛 양귀비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졸다가 결국에 부드러운 번 빵에 볼을 얹고 잠에 곯아떨어졌다. 통통한 소년 토미는 수줍어하는 사람들한테 솔직하고 붙임성 있게 대하여 무척 호감을 샀다. 그래서 조는 일부러 네트를 토미 옆에 앉게 했다. 네트도 토미의 이런 점을 느꼈기에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자신감이 생겨 속내를 털어놓았다. 조는 네트가 느끼는 감정을 실마리 삼아 새로 온 아이의 성격을 파악했다. 그녀가 직접 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네트가 가지고 온 로렌스 씨의 편지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 소중한 친구 조에게

네가 마음에 들어할 아이가 있어. 이 불쌍한 아이는 지금 고아인 데다가 아프고 친구도 없어. 거리 악사였어. 지하 창고에서 발견했지. 아버지가 죽고 바이올린도 잃어버려서 슬픔에 잠겨 있더라. 이 아이한테는 뭔가가 있는 듯해. 우리가 이 작은 아이의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아이의 혹사당한 몸을 치료해주고 프리츠는 아이의 방치된 마음을 돌봐줘. 이 애가 준비되면 그저 굶지 않기 위한 정도의 재능만 있는지 아니면 타고난 천재인지를 확인하러 내가 갈 거야. 한 번 해봐. 너의 영원한 친구를 위해서.

                                                                 디    


  “물론 해야지!”

편지를 읽고 나서 조는 환호했다. 그녀는 네트를 본 순간 아이가 천재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가정과 엄마의 돌봄이 필요한 외롭고 아픈 아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았다. 그녀와 바에르 교수는 모두 조용하게 그 소년을 지켜보았다. 아이의 옷은 허름하고 태도는 어색하고 얼굴도 더러웠다. 하지만 부부는 자신들을 기쁘게 할 점이 소년에게 많다고 느꼈다. 열두 살인 소년은 마르고 창백했다. 눈이 파랗고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잘생긴 이마를 가렸다. 가끔 욕을 듣거나 매를 맞을까 봐 불안하고 무서워했다. 친절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낄 때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부드럽게 말하는 부부의 말을 듣고 감사해하는 표정이 사랑스러웠다.

  “딱한 이 아이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원하기만 한다면 온종일 바이올린을 켤 수 있도록 해야지.”

토미에게 악단 이야기를 듣고 열의에 차서 행복해하는 네트를 보며 조는 혼자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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