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이야기

몰라서 또는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숨겨진 이야기

by 그스막골

뉴스만 틀면 ‘저출생’, ‘인구소멸’,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무시무시하고 당장이라도 대한민국이 없어질 것 같은 위기감을 준다. 점점 아이를 안 낳아서 인구가 적어지는 건 나라 전체의 문제이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두 배 세 배의 인구 유출을 겪는 지방 도시는 더 빠르게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국가에서는 도시민들의 등을 떠민다. 은퇴 후 노후를 지방에서 보내면 더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 지방에도 기회가 있다. 창업을 지원하겠다. 등 다양한 정책과 예산이 쏟아지고 있다.


정말 지방으로 가면 다 성공할까? 추억 속의 고향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을까?


나는 U턴 한 케이스다. 사회생활을 도시에서 하고 돌아오니 선주민과 이주민의 시선을 둘 다 가지게 되었다. 시의원이 되어 시골 곳곳을 돌아보니 어릴 때는 이해할 수 없던 공동체 문화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외부인의 시선만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과 그들을 맞는 선주민들이 왜 부딪히고 어떤 지점에서 오해가 쌓였는지를 알게 됐다.


이주는 단순히 거주하는 주소를 옮기는 게 아니라 한 ‘마을’이라는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지방에서도 소도시로 갈수록 시골로 들어갈수록 더 깊고 오래된 공동체를 만나게 된다. 그걸 모르고 아파트 사듯 시골에 풍경 좋은 땅을 사서 집을 짓고 들어가 보면 놀라고 당황할 일을 만나게 된다. 반대로 자신들의 문화를 마음대로 재단하고 무시하는 이주민에게 상처받는 선주민들도 생긴다.


그러면 왜 이런 문제를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을까?


당장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조차 시골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강남에서 살고 여의도에서 정책을 만들며 지방으로 가라고 권하기 때문이다. 모르니까 용감하다고 해야 할까. 무책임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U턴을 결정할 때 지방이 서울보다 좋은 점을 발견했기 때문에 선택했다. 모두가 말릴 때 더 깊은 시골로 들어가서 지금도 너무나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여러 가지 갈등을 겪고 결국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라도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다.



* U턴족 - 젊어서 학업이나 직장을 위해 상경했다가 돌아오는 사람을 U턴 족이라고 부른다.

* 원주민은 원래 살던 주민, 선주민은 먼저 살던 주민을 뜻한다. 원주민이라는 단어 속에 이주민과의 차별의식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선주민'이라나는 단어를 쓰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