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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Aug 11. 2023

나도 꽤 괜찮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사회에 나오면 주로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만 사람을 만나는데 이건 친구라기보다는 '인맥관리'의 하나로 넘어가기 일쑤다. 내가 그렇지 않아도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분류하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 수록 핸드폰에 등록한 전화번호는 늘어나지만 막상 진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 


그러다 보면 어릴 때 친구들을 다시 찾게 되는데 이럴 땐 만나도 추억만 파기 일쑤다. 이미 서로 다른 인생을 오래 살았기 때문에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 어려우니까 돌아오지 않는 영광을 되짚는 것으로 그날의 술자리를 채우고, 그런 날이 반복될수록 내 정신은 지나온 시대를 자꾸 '지금, 여기'로 끄집어내며 그렇게 한 발 더 꼰대가 되어간다.


내가 정말 감사하는 일 중에 하나는 내가 마흔이 넘었다는 것이고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경력을 쌓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전문가가 되어가는 친구들. 신기하게도 이 친구들을 만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근 1년 안에 그것도 동갑이면서 존경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는 이제 더 이상 질투에 눈이 머는 어린 청년이 아니니 그건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도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경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살았냐며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나는 내가 더 행복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어릴 때는 마흔 정도면 세상의 비밀을 다 알고 유유히 살 줄 았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잘 모르겠는 일 투성이라는 것을. 천방지축인 나를 꺼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행운이 아니니 지금 이 친구들을 잃지 않으려면 나도 그들에게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건 꽤 괜찮은 동기부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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