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꽤 괜찮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by 그스막골

사회에 나오면 주로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만 사람을 만나는데 이건 친구라기보다는 '인맥관리'의 하나로 넘어가기 일쑤다. 내가 그렇지 않아도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분류하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 수록 핸드폰에 등록한 전화번호는 늘어나지만 막상 진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


그러다 보면 어릴 때 친구들을 다시 찾게 되는데 이럴 땐 만나도 추억만 파기 일쑤다. 이미 서로 다른 인생을 오래 살았기 때문에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 어려우니까 돌아오지 않는 영광을 되짚는 것으로 그날의 술자리를 채우고, 그런 날이 반복될수록 내 정신은 지나온 시대를 자꾸 '지금, 여기'로 끄집어내며 그렇게 한 발 더 꼰대가 되어간다.


내가 정말 감사하는 일 중에 하나는 내가 마흔이 넘었다는 것이고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경력을 쌓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전문가가 되어가는 친구들. 신기하게도 이 친구들을 만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근 1년 안에 그것도 동갑이면서 존경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는 이제 더 이상 질투에 눈이 머는 어린 청년이 아니니 그건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도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경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살았냐며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나는 내가 더 행복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어릴 때는 마흔 정도면 세상의 비밀을 다 알고 유유히 살 줄 았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잘 모르겠는 일 투성이라는 것을. 천방지축인 나를 꺼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행운이 아니니 지금 이 친구들을 잃지 않으려면 나도 그들에게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건 꽤 괜찮은 동기부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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