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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Oct 02. 2023

나 혼자 정한 '갭이어', 그 마무리에 들어가며...

내 마음대로 이름 붙인 '갭이어'가 끝나가고 있다.


요즘 갭이어라는 단어가 유행인데, 원 뜻은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기 전에 1년 정도 여행도 다니고 봉사도 하고 원하면 알바나 인턴 등을 하며 보내는 기간이다. 보통 영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 많이 한다고 들었다.


성인이 되기 전에, 대학에서 배우는 이론들과 이상향에 매몰되기 전에 세상을 본다는 건 좋을 뿐만 아니라 유익하다고 본다. 20년 전에도 갭이어를 하는 영국 소녀를 만나고 엄청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스무 살에 갭이어가 있다면, 40대에도 한 번 더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고, 이제 내가 알던 모든 지식은 퇴물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또 최소한 20년, 아니 30년을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데 고작 대학 때까지 배운 것들은 바닥까지 우려먹어서 더 이상 짜낼 재간이 없다.


자의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마치 중년의 갭이어처럼, 안식년처럼 1년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게 더 많아서 아마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이제는 남은 3개월을 잘 마무리를 해야 한다.


자유롭게 이것저것 도전하던 것 들 중 앞으로 매진할 것을 정하고 다듬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내년부터는 성인으로 제 몫을 하며 살아야 하니까.


그때까지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자 목표다.


자유가 방종을 불러와서, 믿거라 하고 살았던 몸에서는 '조금만 더 맘대로 먹고 맘대로 자면 호되게 아플 줄 알아!'라는 경고를 받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전에는 출근을 해야 하니까 그에 맞춰 일어나고, 먹고, 마시고, 잤는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나를 내가 통제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기로 했다.


금주, 절식, 산책, 명상, 몰입을 통해 내가 나를 알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앞으로의 사회는 더 많은 기계와 시스템으로 알아서 굴러갈 것이다. 나를 잃지 않고 내 생활을 지키고 건강하게 노인이 될 준비를 하는 것에는 더 많은 자제심과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게 지난 1년을 거치며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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