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의 힘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는가와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경영자들의 철학에 따라 다르다. 사람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가 스며 있는 조직을 관리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직의 성과를 위해선 사람에 더해 조직 문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Boris Groysberg는 리더들에게 문화가 무엇이고, 어떤 문화를 조성할 것인지에 대해 제안하고 있다. 조직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글이어서 두 차례로 나눠서 옮겨본다. *아래 내용은 Boris Groysberg, Jeremiah Lee, Jesse Price, J. Yo-Jud Cheng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8년 1-2월호에 쓴 “The leader’s guide to corporate culture”의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조직의 생존과 효율을 유지하기 위한 요청에 최고 리더십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일차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전략과 문화’이다. 전략은 그 회사의 목적과 지향점에 사람들이 머물도록 하기 위한 논리를 제공하고, 문화는 가치와 신념을 통해 목적을 표현하고 공유된 전제와 규범을 통해 활동의 지침을 제공한다.
전략은 조직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명확성을 부여하고 집중해야 하는 분야를 정해준다. 전략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기획과 일련의 선택에 의존하고 목표달성에 대한 보상과 목표달성 실패의 결과 둘 다에 의해 강화된다. 이상적으로 전략에는 외부 환경을 관찰/분석하고 연속성과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적응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리더그룹은 전략 구상 부서를 항상 곁에 두고 있으며 대부분의 리더들은 전략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는 무언의 행동, 마음가짐, 사회적 양식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전략보다 규정하기 힘들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지만 문화와 리더십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설립자들과 영향력 있는 리더들은 종종 새로운 문화들을 만들어서 오랜 시간 유지되는 가치과 규범들로 각인시키고자 한다. 오랫동안 조직의 리더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때때로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봐온 최고의 리더들은 그들이 심어놓은 것들 안에서 다수의 문화들을 잘 알고 있고, 필요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고, 그 과정에 훌륭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하는 리더들이 문화 때문에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문화를 관리하든 인사 기능으로 격하시키든많은 리더들에게 문화는 경영상 2차 관심사이다. 리더들은 전략과 실행방안을 위해 숙고해 상세한 계획을 세우지만 문화의 힘과 역학은 이해하지 못하기에 리더들의 계획은 경로를 벗어나곤 한다. 사실 문화는 전략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문화는 관리될 수 있다. 문화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위험은 최소화하기 위해 리더들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계는 문화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사회적 행동 모델을 통합해 문화를 구분할 수 있는 여덟 가지 유형을 확인했고 그것을 측정할 수 있었다. 이 체계를 이용해 리더들은 경영에 미치는 문화의 영향을 예상할 수 있고 이것을 전략과 결합하여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조직을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문화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제안할 것이다.
문화의 정의
문화는 어떤 조직의 암묵적인 사회질서이다. 문화는 광범위하고도 오래 지속되는 태도와 행동을 형성한다. 문화 규범은 어떤 그룹 안에서 무엇이 격려받고 제지되는지, 받아들여지고 거절되는지를 정의한다. 개인의 가치, 동기 및 필요와 적절히 결합되면 문화는 공유된 목적을 향해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조직이 번성하기 위한 역량을 조성할 수 있다.
문화는 변화하는 기회와 요구에 따라 유동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전략은 고위 임원들이 결정하는데 반해 문화는 최전선의 직원들의 지식과 경험이 리더들의 의도와 유동적으로 섞일 수 있다.
이 주제에 대한 학술 문헌들은 광대하다. 조직 문화의 정의 및 평가 모델들 역시 다양하다. 많은 문헌들 중 공통된 그리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
공유된다
문화는 그룹 현상이다. 어떤 한 사람 안에 혼자서 존재할 수도 없고 단순히 개인적 특성의 평균치도 아니다. 문화는 공유된 행동, 가치, 전제 하에 놓여있고 어떤 그룹의 규범과 기대 즉, 성문화되지 않은 규칙들을 통해 공통적으로 경험된다.
구석구석 배어있는
문화는 다층적으로 스며들어 있고 조직 내에 매우 폭넓게 작용한다. 때로는 조직 자체와 융합되어 있기도 하다. 문화는 집합적 행동, 물리적 환경, 그룹 관습, 눈에 보이는 상징물, 스토리, 전설 등으로 나타난다. 문화의 다른 특징은 마음가짐, 동기, 암묵적 전제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David Rooke와 William Torbert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는 “행동 논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래가는
문화는 오랜 시간 동안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안내할 수 있다. 문화는 집합적 삶에서의 중요한 사건들과 그룹의 배움으로 만들어진다. 문화의 지속성은 벤자민 슈나이더에 의해 처음 도입된 매력-선택-소모 모델에 의해 부분적으로 설명된다. 사람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점을 가진 조직에 끌린다. 조직들은 잘 맞아보이는 개인들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크다. 시간이 지나면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은 떠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므로 문화는 변화와 외부 영향에 점점 더 저항하게 되는, 자기 강화되는 사회적 패턴이 된다.
암시된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종종 간과되는 문화의 특징은 사람들이 문화를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반응하도록 고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문화는 일종의 소리없는 언어처럼 작동한다.
여덟가지 문화 유형
많은 문헌 리뷰를 통해 조직의 유형, 크기, 산업, 지역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중심 개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변화에 대한 반응이다. 어떤 기업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기업이 이 두 차원의 어디쯤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람들의 상호작용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협력에 대한 기업의 방향성은 매우 독립적인 것과 매우 상호의존적인 것의 사이에 놓일 것이다. 독립적인 곳의 문화는 자율, 개별행동, 경쟁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상호의존적인 곳의 문화는 통합, 관계 관리, 협력에의 노력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문화에 있는 사람들은 협동하고 그룹의 렌즈를 통해 성공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변화에 대한 반응
어떤 기업문화는 안정성-일관성, 예측가능성, 현재상태 유지에 우선순위-을 강조하고 어떤 곳에선 변화에 대한 유연성, 적응성, 수용성을 강조한다. 안정성을 선호하는 조직은 규칙을 따르고, 선임자 기반의 직원운영과 같은 구조 통제를 사용하고, 위계서열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유연함을 추구하는 조직은 혁신, 개방성, 다양성, 장기적 방향성에 우선순위를 둔다.
우리는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변화에 대한 반응에 대한 이 기본적인 통찰을 적용해 조직 문화와 개별 리더 둘 다에 적용되는 여덟 가지 유형을 확인했다.
배려 혹은 돌봄(caring): 관계와 상호 신뢰에 초점을 맞춘다. 업무 환경은 따뜻하고, 협력적이고, 환대가 넘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돕고 지원한다. 직원들은 충성심으로 뭉친다. 리더들은 성실, 팀웍, 긍정적 관계를 강조한다.
목적(purpose): 이상주의와 이타주의의 전형적인 예가 된다. 업무 환경은 견디는 분위기와 열정이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세상의 장기적인 미래에 좋은 뭔가를 하려고 한다. 직원들은 지속가능성과 세계 공동체에 대한 초점으로 뭉친다. 리더들은 공유된 이상과 대의에의 기여를 강조한다.
배움(learning): 탐험, 확장성, 창의성을 특징으로 한다. 업무 환경은 창의적이고 개방적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대안을 탐색한다. 직원들은 호기심으로 뭉친다. 리더들은 혁신, 지식, 모험을 강조한다.
즐거움(enjoyment): 재미와 흥분으로 표현된다. 업무 환경은 명랑하고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을 즐겁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은 재미와 자극으로 뭉친다. 리더들은 자발성과 유머감각을 강조한다.
결과(result): 성취와 승리가 특징이다. 업무 환경은 결과지향적이고 이익 기반의 분위기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최고의 성과를 열망한다. 직원들은 능력과 성공을 위한 동기로 하나가 된다. 리더들은 목표 성취를 강조한다.
권위(authority): 강함, 단호함, 대담함이 특징이다. 업무 환경은 경쟁적이고 사람들은 개인적인 유익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직원들은 강한 통제로 뭉치고 리더들은 신뢰와 권위를 강조한다.
안전(safety): 계획, 주의, 준비성으로 정의된다. 업무 환경은 예측가능한 분위기이고 사람들은 위험을 의식하고 주의 깊게 생각한다. 직원들은 보호받는 느낌과 변화를 예상하려는 열망으로 하나가 된다. 리더는 현실적이 되는 것과 미리 계획하는 것을 강조한다.
질서(order): 존경, 구조, 공유된 규범에 초점을 맞춘다. 업무 환경은 체계적이고 사람들은 규칙을 따르고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은 협력으로 뭉치고 리더는 공유된 절차와 전통을 강조한다.
이 여덟가지 유형은 독립적 혹은 상호의존적(사람들의 상호작용), 유연성 혹은 안정성(변화에 대한 반응)의 정도에 따라 통합된 문화 체계에 적용할 수 있다. 이 체계 안에서 안전과 질서처럼 인접한 유형들은 조직과 조직 내 구성원들 내에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는 다르게 안전과 배움처럼 서로 거리가 있는 유형들은 한 조직 내에서 발견되기 쉽지 않고 그러려면 조직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각 유형들은 장단점이 있지만 각 유형들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우열이 없다. 조직 문화는 여덟 가지 유형의 절대적/상대적 강점들과 구성원들이 조직을 어떤 유형으로 규정하는지에 동의하는 정도로 정의될 수 있다. 이 체계의 강점은 개인의 유형과 리더와 직원의 가치를 정의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다.
이 체계에는 근본적으로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있다. 각 유형에 유익한 점이 있을지라도 자연적인 제약과 경쟁적인 요구들은 어떤 가치를 강조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길 기대하는지에 관해 어려운 선택을 하게한다. 결과와 배려를 강조하는 문화를 가진 조직을 쉽게 찾을 수는 있지만 이 조합은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직원들은 개인의 목표를 최적화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과를 내야할까 아니면 팀을 이뤄 일하고 협력과 공유된 성공을 강조해야 할까? 일, 사업 전략, 조직 설계의 본질적 특성상 직원들이 결과와 배려에 동일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렵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배려와 질서를 강조하는 문화는 팀웍, 신뢰, 존경을 최고로 치는 업무 환경을 장려한다. 이 두 유형은 상호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유익이 될 수도 있지만 과제도 있다. 강한 충성심, 인재의 보유, 분쟁 감소, 높은 헌신도를 얻을 수 있다. 반면 그룹 순응 사고, 의견일치에 기반한 의사결정 의존, 어려운 문제 회피,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려는 경향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결과와 배움에 보다 초점을 맞추려는 리더는 기업가정신과 변화를 유도하고자 할 때 배려와 질서를 억제하는 조합을 찾을 수 있다. 능숙한 리더는 기존 문화적 장점을 이용할 줄 알고 어떻게 변화를 시작해야 할 지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팀원을 결속하기 위해 배려와 질서에 초점을 맞춘 문화의 참여적 특성에 의존할 수 있고 동시에 관계 네트워크를 통한 변화를 옹호하는 데 동료들과 신뢰를 가진 배움 추구 내부자를 확인할 수도 있다.
출처: Boris Groysberg, Jeremiah Lee, Jesse Price, and J. Yo-Jud Cheng, The leader’s guide to corporate culture, HBR, 2018. Jan-F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