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첫 아이를 낳고 몇 달 되지 않아 또 아이가 생겨버렸다.
연거푸 자식을 낳으면 또 딸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는 내내 스트레스다.
이 아이마저 계집이면 시어머니 얼굴을 어찌 보나......
우울하다.
애가 또 생긴 줄도 모르고 감기약도 먹었다.
낳고 보니 역시나 딸이다. 눈물이 났다.
그래도 감기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낳은 딸자식이라
손가락 발가락이 열개가 맞는지 먼저 세어보았다.
남편은 또 딸이라 서운하다며 와보지도 않는다.
이름 지을 생각들도 없다.
아들 낳고 싶으면 돌림자를 넣어야 한다기에 내 마음대로 그냥 지어주었다.
그래도 내 새끼라 이쁘기만 하고만.
고추 하나 달고 나와줬으면 어디가 덧나나.
이쁜 줄도 모르고 키웠다.
아들만 둘 낳은 사촌형님을 보며 위축된 나만 속 알이 한다.
남자아이처럼 키우면 남동생을 본다지?
파란색 팬티와 런닝을 사 입혔다.
남자아이처럼 데리고 다녔다.
매일매일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온갖 비법을 다 배우고 써먹어야 한다.
1984년. 나도 아들을 낳았다.
나도 모르게 하루 종일 웃음이 난다.
남편이 저렇게 웃는 모습도 처음 본다.
이제야 사람답게 살아지려나.
몇 년 만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이제야 살아갈 이유가 생긴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