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열두 살.
내가 스물여덟에 낳은 너에게 곧
봄을 생각하는 그 날이 오겠지?
나에겐 사춘기 답지 않은 반항기가 서른일곱에 왔어.
그리고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마음과 애틋한 마음이 교차해.
어쩌면 내게 찾아온 이 오만가지 시련은
어릴 적 찾아오지 않은 사춘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나는, 너에게 때 맞는 사춘기가 오기를 바라.
그리고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지.
너 어릴 적.
나는 잠도 안 자고 너랑 놀아줄 궁리만 했던 열심 엄마였어.
만들고 읽어주고 놀아주고 먹이고..
7~8년은 나 없이 너만을 위해서 그렇게 살았었는데
열두 살의 너는, 지금 너와 함께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만 인정하더라. 엄마가 나랑 언제 놀아줬냐는 듯!
내 덕에 그렇게 똘똘하게 자라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내 피부 탄력을 위해 잠이나 실컷 잘 걸! 하고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런 너를 보면서 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절, 내 부모의 사랑을 애써 기억해 보려고 노력 중이지.
이렇게 늦게 찾아온 나의 반항기가 나이로 걸러진 필터 때문이 아닌가 싶어서.
세월이 참 빨리도 흐르지.
마법천자문 수십 권을 연기하며 읽어주느라 목구멍에서 피가 날 것처럼 아팠던 그 시절이.. 벌써 5년이나 됐지만, 내 기억에만 생생하다고 서운해하는 엄마는 안 할 거야.
인사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니까.
사랑받으려고 한 일도 아니니까.
그걸 내 부모에게도 할 줄 아는 딸이 되어야 하는데.
바보처럼 못하고 있네. 이런 몹쓸 사람 같으니라고.
너에게 따뜻한 봄날을 생각하는 그 날이 오면
내가 철들게 될까?
여린 엄마 마음 다치지 않게 살살 부탁해, 아들!
언제나처럼 오늘도, 고맙고 사랑한다~!